교육현장의 붕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폭행, 욕설, 수업방해, 여기에 학부모까지 학교에 찾아와 부리는 행패는 더 이상 낯선 풍경도 아니다. 교사들이 제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멱살을 잡히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매를 맞고 성추행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의 집계를 보더라도 교권침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사들은 이런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쉬쉬하거나 자괴감에 심리치료를 받기도 한다고 한다.
폭행 충격으로 교단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침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법적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송에 휘말린 교사를 위한 손해보험 상품까지 등장해 불티나게 팔린다니 말문이 막힌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을 하고, 학부모가 학생들 보는 앞에서 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는 이제 흔한 광경이 돼버렸다.
교사에 대한 위상이 추락하면서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념일 의미가 퇴색해버렸다는 교사들의 자조 섞인 요구였다.
최근 고창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업 중이던 교사가 전 학부모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 학부모는 수업 중이던 교사를 찾아가 수차례 뺨과 머리를 때리고 일방적인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업 중이던 25명의 학생들이 고스란히 폭행을 지켜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학부모는 3년 전 자녀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따돌림을 당했고,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담임이었던 피해 교사에게 지도를 부탁했지만 교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피해 교사는 “3년간 지속적으로 협박 전화·문자를 받으면서 심적 고통을 겪었지만 학부모라서 대응도 못 했다”며 “아이들 앞에서 이런 모습까지 보여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양 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전북 교사·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부모가 학생들이 수업 중인 교육 현장에 침입해 교사를 폭행한 것은 ‘심각한 학습권·교권 침해’라는 비판 여론이 높다.
문제는 학부모의 폭언, 폭행, 협박, 무고성 민원 등 부당행위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지만 마땅히 제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학부모는 정당한 학생지도에도 불만을 품고 무조건적인 항의를 일삼는다. 심지어 담임 교체, 전보, 사직 등을 강요하고 법정 싸움으로 끌고 가기도 해 교원들을 곤욕스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현행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을 정도의 행위가 아니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 인권에 대한 관심만큼 교사 권익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교권이 하락하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열정과 사명감이 결여된 교사의 교직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교육의 질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교권침해에 대응해 교사들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법적인 제도로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