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도가 내년 하반기부터 세종, 서울, 제주 등 5개 시·도를 시작으로 시범 운영에 이어 2022년부터는 전면 시행된다. 이미 지난해 말 경찰개혁위원회는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자치경찰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 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 ‘자치경찰제 도입 방아’ 초안을 공개했다. 지금의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서 맡고 있는 성폭력과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업무를 내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치경찰에 이관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경찰 인력 중 36%인 4만3000명이 지방직 자치경찰로 바뀐다. 이번 방안은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국비 부담 원칙을 명시했다는 점 등에서 현재 시행 중인 제주자치경찰 모델보다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는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을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5년 참여정부는 자치경찰법안을 국회에 발의했으나 회기가 바뀌면서 폐기됐다. 다시 2014년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무산됐다. 현재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것이 전부다.
자치경찰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득권 약화를 우려한 경찰의 반발에도 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다. 이웃 일본을 포함해 지방분권이 발달한 나라는 자치경찰제가 일반화돼 있다.
그럼에도 일선 경찰 등 현장에서는 여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구체적으로 영역을 구분했다고는 하나 실제 현장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업무를 엄격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자칫 업무 떠넘기기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치안에 사각지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자치경찰 기관장 임명권을 시장·도지사가 갖게 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없지 않다.
시·도지사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치경찰의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 경찰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하지만 정작 ‘시·도 경찰위원회’ 위원 5명을 임명하는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정치성향이나 이해관계 등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따라 업무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 토착 세력과의 유착 등에 대한 폐단을 막기 위해 엄격한 내부 감시체제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어쨌든 본격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자치경찰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이제 남은 관건은 앞서 제기된 우려들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자치경찰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실현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경찰 분권화와 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 모델이 정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