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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전 교육감, '수장(首長)'의 의연함을 보여라

도피 행각을 벌인지 8년 2개월만에 붙잡힌 최규호 전 교육감이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9일 이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한다. 검찰에 매일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렇다 할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른바 ‘묵비권’ 행사다.





묵비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조사나 공판절차 등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고 침묵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묵비권과 방어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긴 힘들다. 그러나 최 전 교육감의 묵비권에 대해 법이 인정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으니 그의 처신이 합당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최 전 교육감이 연루된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사건’은 당시 담당검사에 의해 ‘부정부패의 종합판’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그는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부지였던 자영고등학교를 골프장측이 매입하는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3차례에 걸쳐 3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그는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자진 출석하기로 했으나 곧바로 잠적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2년 11월 관련자 9명 가운데 5명이 사법처리 되는 선에서 모두 마무리됐다.





그는 전북지역의 첫 직선 교육감이다. 지난 2004년 간접선거로 제14대 전북교육감에 당선된 뒤 2008년 15대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교수 출신으로 2~4대 전북도 교육위원 선거 등 여섯 차례의 선거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승리의 아이콘’이자 전북 교육계를 쥐락펴락 했다. 당시 그는 교육계에서 거의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자로 군림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로 추락해 버렸다. 그의 잠적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변 이상설, 일본 밀항설, 조직 비호설 등 온갖 억측까지 난무했다. 검찰의 ‘봐주기 식 수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 만큼 이 사건은 검찰에게도 뼈아픈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았다.





사건 발생 후 그의 행각을 보면 명색이 교육계의 수장으로서의 처신이라고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 전 교육감은 검찰에서 “무서워서 도망쳤는데 돌아올 기회를 못 찾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건 평범한 일반 잡범들이나 할 얘기다. 일각에서는 그의 묵비권 행사가 친동생인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자신으로 인해 현직 공기업 사장인 동생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보자는 계산이란 것이다. 만약 그런 이유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그는 마지막 ‘속죄’의 기회마저 날려버리게 된다.







사자는 배가 고프다고 풀을 뜯어 먹거나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 법이다. 한때 전북 교육계의 수장으로서 모든 걸 내려놓고 의연하게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 자존심이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를 털어놓고 도민들 앞에 가슴속으로나마 석고대죄 하는 것이다. 이 지경이 된 상황에서 더 이상 잃을 게 또 뭐가 남아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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