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죽은 고래 뱃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발견된 모습이 영국 BBC를 통해 방송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 내 카포타 섬 인근에서 죽은 채 발견된 몸길이 9.4m의 향유고래 몸속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고래의 위장에서 슬리퍼를 포함해 115개의 플라스틱 컵(750g), 19개의 하드 플라스틱(140g), 4개의 플라스틱 병(150g), 25개의 비닐봉투(260g) 등 모두 합해 6kg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온 것이다. 지난 6월 태국 근해에서 발견된 둥근머리돌고래 배 속에서도 80여개의 비닐봉지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지난 19일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몸길이 70cm의 아귀 뱃속에서도 500ml 크기의 플라스틱 생수병이 발견됐다. 위산에 녹지도 않는 일회용 생수병이 온전한 모습으로 내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일대 바다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킨 물고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부안·고창 내 어업 종사자들은 아귀, 물메기 등의 내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조각과 비닐은 물론 뾰족한 플라스틱 펜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는 미래 식량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못지않게 심각한 게 해양 쓰레기 문제다. 바다에 마구 버려지는 쓰레기는 해양 오염과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다. 더욱이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골칫거리다. 작은 입자로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생물의 몸속에 쌓이고, 결국 사람이 그걸 섭취함으로써 인체에 해를 끼치게 된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환경적 재앙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는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가 일으키는 문제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의 시급함을 잘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중 79%인 50억t이 자연환경에 노출됐고, 2050년까지 그런 물량이 120억t에 달할 전망이다. 그중 바다로 유입되는 것만 매년 1000만t에 이른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해양쓰레기는 해양생물의 서식환경을 파괴하고 오염된 수산물이 식탁에 올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어 근본적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정부는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5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 어선 쓰레기 되가져오기, 쓰레기 수거, 처리 기술개발 관련 사업, 시민단체와 국제협력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해양쓰레기를 크게 줄였다는 정책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각 자치단체들은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 수거처리, 정화, 수매사업, 재해쓰레기 수거사업 등을 벌이고 있지만 장비와 인력, 선박과 함께 빈약한 예산으로 효과적인 업무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바다쓰레기 수거와 처리는 일선 지자체 소관이어서 열악한 지방재정에 따른 충분한 인력이나 장비 확보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바다 환경이 파괴되면 미래자원의 보고가 폐기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거 업무를 일선 지자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중앙 정부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