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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금 수도권 집중이 지방을 좀 먹는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방자금의 수도권 ‘블랙홀’ 현상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지역 소득 역외 유출의 결정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전북지역에서 4조8921억 원의 요소소득이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이는 전북지역 총소득의 12.1%에 달하는 수치다. 요소소득은 해당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의 근로소득과 지역에 있는 기업소득의 합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이 다른 지방을 통해 벌어들인 근로소득과 기업 소득 합계는 무려 40조3807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지역으로의 소득 유입액도 21조9464억 원에 달했다.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유입된 지역소득 규모만 무려 62조3271억 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역외유출 현상이 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2000년과 비교하면 역외 유출액은 약 77%(2조1,232억원)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지역소득 유출 4대 요인으로 공간, 산업, 인력, 정주 여건 등을 꼽았다. 특히 대기업의 소득을 창출하는 공장과 지점이 지역에 있음에도 본사는 무조건 수도권에 위치하는 ‘입지지역 불일치’는 서울쏠림현상을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체는 구인난, 취업준비생은 구직난에 빠지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도 주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지방도시에 기업체를 가동해봤자 그에 알맞는 인력이 없어 타 지방서 근로자를 채용하게 되고, 이 경우 자연스레 이들의 근로소득은 타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 된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역외유출이 많다는 것은 지역 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지역민에게 분배되지 않은 것으로, 외형적 성장에 비해 도민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지역 내에서 운용되지 못한 자금이 시장원리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자금 이동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경우 과연 지역경제가 남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역 내 경제활동의 기본인 자금순환이 지역 내에서 이뤄지지 않을 때 지역경제가 존속할 수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물론 지역소득의 역외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자금의 선순환 차원에서 어느 정도 유출은 감수해야 한다. 다만 유출완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부나 지자체의 구호성 행사보다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충분히 실천 가능한 방안들을 구체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제는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처방이 있어야 할 때다. 대증요법이 아닌 원인치유가 가능한 정책과 대책을 마련해서 이를 현실 속에 뿌리내려야 자금 유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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