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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형 일자리, 정치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노사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가 더 이상 진척을 보이지 못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군산형 일자리’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 4년 전 시동을 건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적정한 수준의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노동혁신 모델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다. 당장 연봉보다 일자리가 급하기 때문에 적정임금에 만족하는 광주형 일자리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차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가 미뤄지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광주시와 한국노총의 합의과정에서 조건이 대폭 달라지자 현대차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이번 주 마지막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진전이 어려워 보인다. 내년 정부예산에 사업비를 반영하려면 국회 예산안 처리시한인 12월 2일 이전까지 합의돼야 하는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물 건너가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이와 때를 같이해 군산형 일자리가 광주형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지난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좌담회에서는 “(광주에서) 더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모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아 보이는 도시들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광주가 안 되면 군산 등 다른 원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대대표는 “광주형 일자리가 답보 상태”라며 전북지역의 경제회복을 위해 군산형 일자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광주형 일자리는 거의 매듭짓는 단계이고, 그다음 군산형 일자리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따지고 보면 광주보다 군산이 더 급하다면 급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올해 5월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 등 2만5000여 명이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가족들까지 더하면 6만여명에 달한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끝나는 다음 달부터는 이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 군산은 충분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조선·자동차 분야의 숙련된 기술 인력이 풍부하다.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부지도 129만㎡에 이른다. 광활한 새만금산업단지의 남아도는 땅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일자리는 오직 경제논리로만 풀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 논리가 지나치게 개입된다면 결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더욱이 광주형 일자리 협상을 압박할 수단으로 군산형 일자리를 거론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부적절하고 도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군산지역 경제는 지금 말이 아니다. 군산경제가 얼마나 힘겨운지는 여러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단순히 광주형 일자리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비슷한 모델의 군산형 일자리 모델 창출에 적절한 해법이 마련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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