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지방의회에서 단골로 나오는 얘기가 의원들 의정비 인상 문제다. 올해는 특히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초의원 월정수당을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지역별로 자율 결정토록 함으로써 향후 의정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방의원의 의정비는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되는 ‘월정수당’과 의정 자료 수집과 연구 등을 위해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로 구성된다. 시행령 개정의 취지는 기존의 복잡한 월정수당 계산식을 없애고 지역의 주민 수, 재정능력 등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지만 지방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의정비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적으로 금액이 정해져 있는 의정활동비 대신 지자체별 조정이 가능한 월정수당 인상으로 의정비 총액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전북도는 지난 29일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내년 도의원 의정비를 2.6% 인상키로 했다. 이날 8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의 인상안을 의결했다. 2020~2022년 의정비는 해마다 전년도 공무원보수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인상안을 적용하면 도의원 월정수당(연간)은 올해 3511만원에서 내년 3603만원으로, 총 연봉은 5311만원에서 5402만원으로 늘어난다.
군산시의회와 장수군의회는 2019년 2.6%, 2020년~2022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임실군의회는 내년 9.8% 인상하려다 최근 군민 여론조사에서 부결되면서 내년 의정비는 동결 또는 1%대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의회 등 11개 지방의회도 의정비 인상을 논의 중이다.
지방분권의 조기정착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위해 의정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싸늘하다.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그동안 보여준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도덕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의원 겸업·겸직 문제가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재량사업비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직을 박탈당한 의원들도 많았다. 지방의회 출범 이래 인사 및 각종 이권 등에 개입해 구설수에 오르고 형사처벌을 받은 의원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의원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둡고, 의정활동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책임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유급제도가 도입됐지만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고려한다면 지방의원에게 지급하는 이 정도의 의정비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요즘같이 극심한 경기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의정비 인상은 인상률이 높고 낮고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책무는 다하지 못하면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 들어야 할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