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으로 마을 전체가 십 수 년 간 고통 받고 있는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 유기질 비료공장 내 시설물 철거가 주민 반발로 중단됐다고 한다. 익산시와 주민, 환경단체,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장점마을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는 지난 달 30일 익산시청에서 개최한 긴급회의에서 철거 중단을 밝혔다. 경북의 한 비료업체는 공장을 낙찰 받은 뒤 전날 전격 시설물 철거에 들어갔다. 공장은 익산시의 폐쇄명령에 따라 작년 4월부터 가동이 중지됐으며, 최근 다른 비료업체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철거 소식에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내부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역학조사를 못 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역학조사가 끝날 때까지 시설물은 당연히 보존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주민들은 최근 비료공장 지하에 불법 폐기물 370t가량이 저장돼 있다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흔히 얘기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익산시 관내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소문 난 장점마을은 인근에 비료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어느 날부터 암 발병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청정지역에 암 발생 환자가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는 건 분명 이치에 맞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비료공장을 지목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세간에서는 이 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생을 ‘미스터리’라고 떠들어 댔다. 마을 사람들은 ‘미스터리’란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공장이 들어서기 전과 후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80여명의 주민 가운데 30명이 암에 걸려 이중 16명이 사망했고 폐암·위암·피부암 등으로 10명이 투병중이다. 이걸 미스터리로 치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주민들은 2001년 7월 세워진 공장이 작년 4월 폐쇄되기까지 십 수 년 동안 공장 측에 항의하고 익산시에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공장은 업무방해죄로 주민들을 고발했고, 시는 조사 때마다 공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비료공장에 대한 직접조사를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는데도 조사과정에서 묵살됐고, 주민 의견과 달리 인접지 조사와 대조군 조사만을 실시해 부실한 중간결과를 내놓았다. 환경부가 위탁해 진행한 조사에서도 주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이해할 수가 없는 당국의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미스터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조상 대대로 멀쩡했던 마을에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암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면 이건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진상규명에 나서야 함은 당연한 일일 진데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 의견마저 묵살된 조사였다니 이게 미스터리가 아닌가.
아무리 ‘사후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 할지라도 이번에 말로 주민들의 주장하는 바를 빠짐없이 참조해 제대로 된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한다. 물론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도 조사에 동참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공장 인허가 과정부터 그간의 역학조사 과정의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