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80여명의 주민 가운데 30명이 암에 걸려 16명이 사망하고 14명이 투병 중인 익산시 함라면 장점 마을에서 그동안의 우려가 무섭고 충격적인 현실로 드러났다. 수 년여에 걸쳐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마을에서 일이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과연 서울 한 복판이나 고관대작들이 사는 지역에서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나라가 통째로 뒤집히고 대통령 탄핵마저 불사할 일이 벌어졌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을 터인데 기가 차고 통탄할 노릇이다.
익산시와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부 등은 지난 4일과 5일 비료공장 안에 불법폐기물이 매립됐는지 전수조사와 함께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공장 내부 땅을 파헤치자 시커먼 흙과 함께 다량의 폐기물이 나왔다. 이날 하루 확인된 불법폐기물 양만 370t이 넘는다고 한다. 주민들은 일부 구간만 땅을 파서 확인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공장 인근 전체를 파헤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폐기물이 매립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장 앞마당을 4m가량 굴착하자 폐유 썩은 냄새와 함께 화학물질로 의심되는 잔재물이 나왔다. 식당 쪽에서는 시꺼먼 흙이 연거푸 나왔다. 암반층까지도 까맣게 오염됐고, 기름성분의 수분을 머금은 흙에서는 역겨운 썩은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는 게 현장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저장탱크는 폐아스콘과 폐수, 오니가 잔뜩 쌓인 말 그대로 폐기물 창고였다. 공장 한쪽의 풀숲을 걷어내자 곧장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슬레이트가 발견됐다.
주민들은 이곳에 매립된 슬레이트는 비료공장이 가동되기 이전에 벽돌공장 지붕을 철거해 그대로 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공장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을 암 발병의 주된 원인으로 의심하고 관계 당국에 수없이 역학조사를 요구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에서야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용역을 국립 환경과학원에 발주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중간보고회 이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면서 생색내기 식 조사라는 불만이 쌓였다. 인접지 조사와 대조군 조사만을 실시해 부실한 중간결과만 내놓았다. 암 발병의 원인지로 지목되는 비료공장과의 연관성을 찾는데 실패했다. 주민들은 공장 마당 안에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묻혀 있으니 그것을 파서 조사하자고 해도 익산시도 환경부도 묵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