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5명에 대해 전주지검이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사례는 이번이 전국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법원도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여 이들 모두에게 일괄 무죄를 선고 했다. 전주지법은 지난 1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 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엄격한 내부 판단과 신앙생활 기간 및 내용 등 10가지 기준을 면밀히 따져 무죄를 구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심문과 증거자료를 종합할 때 피고인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신념이 확고하고 진실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 원심 파기 사유를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1일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대를 기피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병역기피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았던 2004년 선고 이후 14년 만에 그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이행하지 않는다며 형사처벌 하는 건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 상황과 병역 특혜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찬성론자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돼 실질적으로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사라진 상황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체복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병역 의무는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양심의 자유도 법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 감정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권 계층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병역을 기피하는 문제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전례가 적지 않았던 터에 그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지에 관한 우려도 깔려 있다. 대법원의 판단이 여호와 증인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의 특혜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