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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시대 그들의 숭고한 나눔이 있어 덜 외롭다

언제부터인가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전주시민들은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를 기다린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해에도 12월 28일,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주민센터에 전화로 소식을 전해왔다. 주민센터 뒤 ‘천사쉼터’ 나무 아래에는 A4 복사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고, 박스 안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5만원권 지폐 6000만원과 동전 등 6027만9210원이 들어 있었다. 


지난 2000년에 처음 모습을 보인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해까지 18년 간 한 해도 거름이 없이 19차례에 걸쳐 비슷한 방법으로 성금을 놓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천사가 기부한 금액은 모두 5억5813만8710원에 달한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 덕에 전주시는 전국적으로 ‘천사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됐다.


전주시는 익명의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천사의 거리’를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도 조성했다. 기념관에는 기부자가 돈을 놓고 간 위치와 액수, 메모지 등에 대한 사진과 함께 이 성금으로 펼치는 장학·복지사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다니는 노송동 비탈길은 천사를 테마로 한 글짓기와 그림 작품으로 꾸며졌다.


전주시는 노후 주거지 밀집지역인 노송동 천사마을 일원을 대상으로 지난 2012년부터 ‘천사마을 가꾸기 사업’도 추진해 왔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보여준 남모를 선행은 진정어린 ‘나눔과 베품의 정신’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새삼 일깨워 줬다. 그리고 그가 있어 전주시민들은 연말연시가 따뜻하고 조금은 덜 외롭다.


지난 23일에는 또 하나의 감동어린 선행이 세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80대 김모 할머니가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며 일평생 모은 돈 2천만원을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성금을 내민 김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몸이 쇠약해 일은커녕 거동도 힘든 88세의 김 할머니는 현재 주기적으로 집에서 재가복지 요양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김 할머니는 요양사를 통해 사랑의열매 사무실에 전화해 기부 의사를 밝히며 방문을 청했다. 


할머니 집으로 찾아간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다섯 평 남짓한 허름한 방에 노인이 홀로 누워 있었다. 직원들은 김 할머니 형편을 보고 차마 거금을 받기가 어려워 “기부할 돈은 여생을 위해 쓰시라”고 수차례 권했지만 단호했다. 김 할머니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좋은 일에 써달라”며 1천만원권 수표 2장을 건넸다. 김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이름도, 사는 곳도 밝히지 말아 달라’였다.


행복은 많이 가졌다고 해서 커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다. 사랑도 나눌수록 커지고 폭발력을 지닌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눔을 통한 사랑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와 김 할머니가 각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해준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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