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의회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비난을 무릎 쓰고 통 큰 의정비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의정비 인상률이 무려 21.5%에 달한다니 이 난국에 배짱도 보통 배짱이 아니다.
모든 경제 지표가 아래쪽을 향하고, 사상 유래 없는 고용 악화에 자영업자들은 이곳저곳에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게다가 앞으로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임계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이다. 주변 경제 사정이 이런 판에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대폭적인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는 완주군의원들의 생각은 어디에 있는지, 다른 자치단체와는 다른 완주군만의 무슨 특별한 게 있는지 묻고 싶다.
참다못한 시민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나섰다. 전북도내 1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대회의는 지난 26일 완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의정비 인상 철회와 여론조사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다른 시·군의 의정비가 공무원 보수인상률 수준인 2.6%에 맞춰 결정되는 것과 비교해 완주군의 인상률은 현저히 높다”고 주장했다. 의정비는 의원 1인당 주민 수, 지자체의 재정 능력,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해 정해야 하는데 해당 지표들을 보면 이번 의정비 인상률이 과하다는 것이다.
완주군의 2014∼2017년 의원 1인당 인구수가 9천533명에서 8천725명으로 줄었고, 재정자립도도 2014년 34.28%에서 2018년 24.03%로 하락했다. 의정활동 실적 역시 전년보다 크게 높아졌다거나 다른 지자체보다 월등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심의위의 과도한 의정비 인상은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의정비 심의위가 주민 의견수렴을 위해 주민설문 대신 공청회 개최를 결정한 것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의정비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공청회는 반대 여론을 피해 의정비 인상안을 관철하기 위한 쇼라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그동안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질책이 두려워 의정비 인상을 주저해 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월정수당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자마자 의정비 인상에 명분이 생긴 것이다.
겸직 금지나 재량사업비 폐지 등에 대해서는 그토록 반대하거나 소극적으로 일관하더니 의정비 인상에는 기를 쓰며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지방의회가 쓰는 예산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논란이 되어 온 업무추진비, 의정운영공통경비 같은 예산이 투명해지고,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같은 것이 없어져야 의정비 인상요구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누구든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정치인들의 의정비는 세금으로 지급함에 따라 국민 정서에 맞게 결정돼야 한다. 지방의원들은 처음 의회에 등원하면서 명예직으로서 성실히 봉사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의정비 인상과 지방의원의 자질 향상 중 어떤 게 시급한 일인지, 진정 자신들의 본분을 다해왔다고 주민들 앞에 부끄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