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학(私學)은 사유재산이 아니다

사립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재단의 비리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사립학교 족벌체제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사립학교에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로 대표되는 채용 갑질이 만연한 이유는 이사장을 정점으로 하는 독단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제도 때문이다. 고용 세습으로 대표되는 친인척 채용도 이사장 또는 교장 등 실권자들이 자신들의 사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금품 수수 교원 채용 등 채용비리 역시 사학의 실권자들의 금전적 사리사욕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은 대부분 이를 방조 내지 묵인해 왔다.


서남대 설립자인 이용하씨의 경우 사학법을 악용한 가장 악명 높은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3년 4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학비리의 대부’ 이홍하씨의 비리 실태를 파헤친 바 있다. 당시 방송 내용을 보면, 이씨는 지난 2000년부터 13년 간 교비 1004억 원을 횡령했다. 


차명 계좌, 장부 위조, 소액 쪼개기 인출 등 갖은 위법 행위를 통해 돈을 빼냈다. 어마어마한 횡령 액수도 충격적이지만 그의 만행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수들로 하여금 학교에 학생들을 일정 숫자 이상 끌어오라고 지시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교수 명의로 대출을 받게 했다. 심지어 교수를 공사 현장에 인부로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은 이 사실을 섣불리 고발하거나 학교를 그만두지 못했다. 이씨가 학교 전체를 꽉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서남대가 폐교될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횡령액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남은 재산을 각각 부인과 자녀가 총장 또는 부총장으로 재직했던 사립학원에 귀속되도록 해 ‘먹튀’, ‘재산 빼돌리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씨가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동안 서남대는 폐교 되고 그가 소유한 다른 학교들도 만신창이가 됐다. 그동안 사립학교 측은 “사학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만든 학교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세운 공립학교와는 설립부터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웠으나 사학은 학교 운영 예산의 절대적인 부분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교사 인건비 등 이른바 재정결함 보조금으로 한 해 지원되는 국가예산이 5조원을 넘는다. 결과적으로 국가 예산에다 학부모의 돈을 받는 사학은 학교 운영 전반에 있어서 당연히 공립 수준에 버금가는 공개성과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 재단이란 법적 지위는 이미 특정 설립자의 사유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서남대 먹튀 방지법’으로 불리는 ‘‘비리사학 방지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어렵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비리사학의 학교법인을 해산할 때 잔여 재산을 국고에 환수하도록 한 법안이다. 기존 사립학교법에는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잔여 재산은 사실상 이사장 일가에게 다시 귀속됐다. 



요즘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개정 문제로 여야간 공방이 뜨겁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과 판박이다. 사학 문제에서 가장 본질적인 논점은 ‘재산권’이다. 이번 법률 개정안을 통해 ‘사학이 사유재산’이라는 허구 또는 신화를 걷어내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