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기원하고 서로 간 덕담을 나누는 일이 인지상정일진데 올 새해는 출발부터 우울하기 짝이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의 막말과 망언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아버지는 내 남편 전두환”이란다. 아무리 감정이 극에 달했다 할지라도 다 때가 있는 법인데, 왜 하필 새해 첫날 그런 막말과 망언으로 국민들의 새해 희망에 불을 지르고 나섰는지 참 고약할 노릇이다.
이순자씨는 지난 1일 공개된 한 보수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5년제) 단임을 이뤘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거짓이라고 기재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오는 7일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제기하며 “광주 5·18단체도 이미 얻을 거 다 얻었는데 그렇게 해서 얻을게 뭐가 있겠느냐”면서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재판이 아닐까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남편의 알츠하이머 증상을 호소하며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는 주장도 내놨다.
이씨는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금지 처분에 대해서도 ‘민주화 정신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화를 표방하는 5·18 단체들은 자신들과 다른 입장,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한 스스로 민주화의 정신을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좀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역사의 단죄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국민들의 피와 땀, 눈물로 일군 ‘민주주의’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해괴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씨의 이날 인터뷰는 오는 7일 예정된 남편의 재판을 염두에 둔 언론플레이라는 것쯤은 짐작이 가지만 그의 궤변과 뻔뻔함 앞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씨가 이런 발언을 내놓으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군부’의 유혈진압의 진상을 밝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진상조사위는 이미 조사 활동을 시작했어야 한다. 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포함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지난해 2월 통과돼 9월14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 자신들이 추천하기로 한 조사위원의 명단을 몇 달째 내놓지 않고 있어 조사위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
국가 권력에 만신창이가 된 인권이 진상 규명을 학수고대하는데 대체 무슨 명분으로 미적거리며 비난을 자초하는가. 진상조사위를 하루라도 표류하게 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를 거스르는 일이다. 역사의 어두운 진실을 밝히는 데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도 안 되고 미적댈 일은 더욱 아니다. 시간을 끌어도 진실은 묻히지 않는다. 한국당은 조속히 위원 추천을 마무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