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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공직자 ‘주민소환제’ 문턱 낮춰라

요즘 가장 ‘핫’한 뉴스는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막장 해외연수’ 사건이다. 최근 예천군 의원들의 외유 중 추태를 보여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외연수 기간 중 술에 취해 여행 가이드 폭행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한다. 


동승한 예천군의원들 모두는 폭행을 방조했다. 이들 가운데 다수가 술에 취해 호텔 복도에서 소란을 피워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았는가 하면 현지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버스 안에서의 음주가무도 벌였다. 어떤 의원은 가이드에게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해당 의원들은 비굴하기 짝이 없는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일부 지방의원들의 자질문제와 일탈로 시선이 곱지 않던 차에 관광성 외유에다 폭행사태, ‘여접대부 술집’ 요구까지 불거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다시 일고 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예천군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넘어 군의회 해산까지 요구하고 있다. 부끄러워 이사하고 싶다는 주민도 있다. 국민청원도 줄을 잇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물의를 빚은 의원의 사퇴에서 끝나지 않고 기초의회를 폐지하라는 청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어디 예천군의원들만의 문제인가. 지방의원들의 흥청망청 해외연수는 숱하게 지적됐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여론은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의원직 사퇴가 현실적으로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주민소환제’를 강력히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교육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의 독단적 행정운영과 비리를 막기 위해 일정 비율의 주민이 청원하면 법적 절차를 밟아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의 장벽이 높아 실현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주민소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기간 내에 지방의원의 경우 20% 이상 주민 서명을 얻어야 하는데 필요한 만큼 서명을 받기가 쉽지 않다. 법령에서 요구하는 만큼의 서명을 받아내도 갈 길은 멀다. 과반수 찬성과 함께 투표율이 1/3을 넘어야만 결과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이후 11년 동안 94건이 추진됐지만 실제 소환 투표가 실시된 경우는 8건에 불과하다. 시의원 2명만 소환된 게 전부다. 제도의 까다로움 때문에 무늬만 있는 유명무실한 주민소환제인 셈이다.


다행히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입법예고 중인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본다. 개정안에는 주민투표나 주민소환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내용이 담겨있다.


국민들의 뜻을 받들겠다고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사람이 유권자의 뜻을 거스르고 안하무인 식으로 행동하거나 비리를 저지른다면 임기가 끝나기 전이라도 해임을 시켜야 한다. 대통령까지도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을 당하고 해임됐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부패와 독선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치분권 시대에 맞춰 주민의 감시와 견제 수단을 강화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는 그래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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