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랴부랴 지방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 개선에 나섰다.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접대부를 요구하는 등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추태가 드러나면서 부적절한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표현이 딱 맞다. 지방의원 해외연수 관련 문제점은 그간 지겹도록 지적된 사항이다. 중환자에게 시간이 생명이듯, 정책은 ‘타이밍’이다. 이제 와서 뒤늦게라도 손질을 가하겠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대관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해지고 엉망이 돼야 대책이란 게 나오는지 안타까울 노릇이다.
대책이라는 것도 태반이 임기응변 식 일색이다. 당장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자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게 일상화돼 있다. 정책을 만드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정작 중요한 건 얼마나 정책이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느냐이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일부 지방의원의 부적절한 국외연수와 일탈에 대해 정부가 관련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우선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표준안)을 개선해 지자체에 권고할 예정이다.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장을 지방의원이 아닌 민간위원이 맡도록 해 ’셀프심사‘를 차단하기로 했다.
또 심사기간을 확대해 내실 있는 심사가 이뤄지게 하고 국외연수 결과보고서 뿐만 아니라 계획서도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현재 공무국외연수 계획서 공개규정이 없는 지방의회는 169곳에 달한다. 부당한 공무국외여행이 적발될 경우 그 비용을 환수 조치하고 회기 중에는 공무국외여행을 제한하도록 했다.
지자체가 지방의회 관련 경비를 적정하게 편성·집행하도록 관련 정보 공개강화와 패널티 적용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지방의원국외여비, 의정운영공통경비,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등 의회 관련 예산을 주민들이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만약 지방의원국외여비를 포함한 지방의회 경비 편성·지출에 대해 법령 및 자치단체 예산편성기준 위반이 확인되면 현행 교부세 감액 제도를 엄격히 적용하고, 해당 지자체의 지방의회 관련 경비 총액한도를 삭감하는 방안도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대책은 강제성이 없어서 지방의회의 자정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각 지방의회가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2009년 행안부에서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 민간인 비율 확대, 여행계획서·결과보고서 홈페이지 공개, 사후결과물 활용도 제고 등을 담은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 개정안을 권고했지만 지방의회의 규칙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심사위원회 기능 강화와 관련 정보 공개 확대 방안은 10년 전과 똑같은 개선안으로 지방의회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높다.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둔 지방의원들을 시민단체나 주민들이 감시해야 한다. 지방의원들은 주민의 심부름꾼이자 생활정치인이다. 하나마나 한 얘기겠지만, 이제 해외연수로 지방의회가 지탄 받는 일을 더 이상 없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