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와 전북도가 내년부터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도의회와 도는 지난 16일 전북도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15곳 중 5곳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에 합의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대상 기관은 전북개발공사, 전북연구원, 전북신용보증재단,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전라북도군산의료원 등으로 정했다. 양측은 앞으로 기관의 특성과 규모 등을 고려하며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회는 다음 달 말 사장 임기가 만료되는 전북개발공사에 처음 적용된다.
지방공기업법 제58조는 ‘지방공기업 사장과 감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지방공기업의 경영에 관한 전문적 식견과 능력이 있는 자 중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자·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임면권도 보통 자치단체장이 행사하고 있다.
지난 수 년 전부터 지방공기업 대표 인사청문회 도입을 법제화하는 방안이 전국 시·도의회 차원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방공기업 사장 후보자에 대해 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 방지와 지방의회의 견제·감시 차원에서 도입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그간 전문성이나 업무 능력과 동떨어진 인사가 사전 낙점을 통해 단체장의 정실·보은 등에 의해 기관장이 된 사례가 많았다. 그런 탓에 경영 부실과 지방재정 악화 등의 문제가 불거져온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전횡을 막으려는 지방의회의 시도가 있었으나 관련 법 규정에 묶여 묵살됐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2004년 ‘전라북도 공기업 사장 등의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회조례’를 제정했지만 전북도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패소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법원은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해 하위 법규인 조례로써 자치단체장의 임명·위촉권을 제약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임명과 면직을 지자체장에 온전히 맡기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장들이 마음만 먹으면 측근들을 지방공기업에 배치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공기업은 자산 규모가 크게는 수조원에 달해 시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공기업의 수장을 뽑는데 자질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제고는 당면 과제다. 재정자립도 악화는 불필요한 부채에 기인한다. 지자체의 빚은 지방 공기업이 갚아야 할 빚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단체장의 업적을 남기기 위한 과시성 사업이나 행사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공사업을 남발하는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게 지방재정을 어렵게 만든 주된 원인으로도 꼽힌다.
전북도의회와 전북도가 뒤늦게나마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제 도입에 합의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방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수장 임명 과정에서 반복되는 낙하산·퇴직공무원 인사 등 불필요한 논란과 비판에 종지부를 찍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