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은 정쟁과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국회를 개혁하는 출발이자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치를 바꾸려면 선거제도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시민사회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민의가 정확히 반영돼야 하지만 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수 없다. 정당 투표에서 25%의 지지밖에 못 얻은 정당이 총 의석의 41%를 가져가는 모순도, 유효투표의 44%가 사표가 돼버리는 불합리도 없애기 힘들다. 이로 인한 민의의 왜곡은 국민통합을 가로막았고 무책임의 정치와 사회갈등을 심화시켰다.
이번 20대 국회 들어서도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었으나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행 승자독식의 선거제 아래서 실력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해온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이 정파적 유불리에 매몰돼 미온적 자세를 보여 온 탓이다.
진통을 거듭해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 정수(300명)를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00명 대 100명으로 개편하자는 안을 발표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도 23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안을 공동으로 제시했다. 완전한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확대하자는 게 주된 골자다. 야 3당은 그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왔다.
연동형 선거제도는 유권자 표심대로 의석이 배분되는 선진화된 제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의석수가 다소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게 문제다. 의석수 증가는 안 된다는 국민감정을 십분 활용해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시간이 촉박한 선거제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역시 한국당이다. ‘1월 내 합의처리’라는 5당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불가’만 되뇔 뿐 명확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개편안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고 국민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비판할 뿐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법정시한인 4월15일을 맞추기 위해 다음달 15일까지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요구한 상태다. 기한에 맞추려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개혁안을 내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민주당 협상안이 제시된 만큼 한국당도 더는 시간 끌지 말고 하루빨리 당론을 정하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합류해야 한다.
21대 선거를 1년여 앞둔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라서 선거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현행과 같은 승자독식 선거제도 아래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더불어민주당과 지유한국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선거제 개혁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국회는 법률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통해서라도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