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토양정화업체가 임실 옥정호 상류에 오염토양 정화시설을 들여와 임실군 전체가 시끄럽다. 지역 내 업체가 자신들 지역에 오염시설을 설치하려 해도 주민들 반대가 극렬한 마당에 타 지역 업체가, 그것도 산수가 수려한 옥정호 인근에 오염토양 정화시설을 운영하겠다는 데 주민들이 극구 반발하는 것은 당연할 게다.
광주에 있는 한 업체는 지난해 10월 신덕면에 있는 폐공장을 인수해 최근 기름 등에 오염된 다량의 토사를 이곳으로 반입했다. 대구시 한 버스사업소 등에서 기름 및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 350여 톤을 세 차례에 걸쳐 들여왔다. 임실군과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이 업체는 요지부동이다. 등록·허가권한이 광주시에 있어서다.
토양환경보전법(제23조의7항)에는 토양정화업을 하려는 자는 사무실을 둔 시·도지사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예규(제593호) ‘토양정화업 등록·관리 업무처리지침’도 업체 사무실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가 등록·허가 권한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자체장의 승인만 있다면 전국 어느 도시에나 오염토양 정화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오염토양 정화시설을 설치할 지자체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타 시·도 지자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업체로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임실군 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소송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약한 상황이다.
자기 집 앞에 오염물질이 들어오는데 관리감독 권한이 다른 지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임실군은 지난 7일 이 업체 사업을 허가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광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자체 간 싸움으로까지 갈등이 번지고 있다.
임실군이 자랑하는 지역의 대표 브랜드는 ‘청정 임실’이다. 산업·생산시설이 변변치 않아 낙후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임실군의 최후 보루이자 미래 자원은 오염되지 않는 ‘청정 지대’라는 것이다. 더욱이 오염토양 정화시설이 있는 신덕면은 전북 대표 관광지인 옥정호 인근으로 직선거리로는 2.1㎞에 불과하다.
이곳에는 임실과 정읍·김제시 등에 일일 평균 4만3000여 톤의 식수를 취수하는 시설도 있다. 집중호우로 수해가 나면 오염된 토양이 옥정호로 흘러들어가 심각한 오염을 야기해 3개 시·군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옥정호 내부에는 국가 습지로 추진 중인 습지도 있다. 이런 지역에 오염시설이라니 도대체 제정신인가.
지금의 관련법대로 라면 같은 일이 전국 어디에서든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한 데도 관련법을 손질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논리대로라면 본사가 서울에 있는 업체의 아파트를 지방에 건설하는데 있어 모든 인·허가, 관리·감독권이 서울시에 있는 거나 뭣이 다른가.
이는 오염시설물을 농촌 중소도시 지역에 퍼 넘기려는 속셈이 아닐 수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게 어디 임실군만의 문제일까. 전국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골칫거리다. 당장이라도 악의적으로 포장된 관련법 손질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