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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가 ‘퍼주기 세금 남발’ 이라고?

정부의 SOC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면제(예타 면제) 추진을 둘러싸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중앙 언론들의 비판 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의 경우 비판의 강도는 매우 노골적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중앙과 지방의 시각이 극과 극이다. 지방에서는 크게 환영하는데 반해 중앙에서는 ‘퍼주기 세금 남발’ 등을 운운하며 비난 일색이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사업을 확정해 발표했다. 총 24조1000억 원 규모의 23개 사업이다. 17개 시도로부터 68조 7천억에 달하는 32개 사업을 신청 받아 검토한 결과다.

이번 예타 면제 대상에 전북은 ‘새만금국제공항 건립’과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 등 2개 사업을 낙점 받았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최근 예타 면제 여부를 놓고 난기류에 휩싸였으나 면제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20년 숙원을 풀게 됐다.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사업’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변화에 대응해 미래형·친환경 상용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전북이 국내 상용차 94%를 생산하는 거점이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위기에 빠진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전북의 2개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에 이름을 올리자 전북도와 지역 경제계, 정치권 등이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송하진 지사는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북 대도약을 향한 또 하나의 새롭고 힘찬 출발이 시작됐다”고 반겼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으로 휘청거렸던 군산시 역시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북뿐만 아니라 타 시도 역시 자신들 지역 숙원사업 예타 면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날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이 발표되기가 무섭게 중앙 언론들은 일제히 부정적인 내용 일색으로 지면을 도배했다. 일부 언론은 “지역이기주의·포퓰리즘에 편승한 예산 낭비”라고 질타했다. 내년 총선용 인기영합책이라느니 심지어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극치이니 ‘제2의 4대강사업’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서슴지 않았다.

예타 제도는 경제성 없는 사업 추진을 사전에 방지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예타 제도가 정부의 예산 절감에 기여했고, 무분별한 토건사업 남발에도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하지만 예타 면제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만 유리한 현행 규정을 보완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수도권 공화국의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지방은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 각 시도가 제출한 예타면제 신청사업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것들이지만 인구수와 경제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예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좌절되곤 했다. 정치적 색안경이나 편향된 시각으로 이번 예타 면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왜 지방에서 예타 면제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해봐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시대와 현실에 맞게 예타 제도의 과감한 손질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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