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風塵)’ 세상을 살다보면 때로는 모든 것으로부터 눈과 귀를 가리고 살아보는 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눈이 멀고’ ‘귀가 막히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에는 거룩한 ‘얼굴 없는 천사’들도 있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한 ‘괴물’들도 득실거린다.
지난 8일 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이른바 ‘자유한국당 5·18 공청회’에서 나온 망언 발언에 광주지역이 끓어오르고 있다. 어디 광주뿐이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날 이들의 천인공노할 발언에 밤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었겠는가.
이날 공청회에서 이종명 의원은 “사실에 기초해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광주 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는데 이제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다”고 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영상축사를 통해 “5·18 문제는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 힘을 모아 투쟁해나가자”고 했다.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씨는 “북한군 개입은 사실이며 ‘전두환은 영웅’이다”고 했다. 이들의 발언에 우리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말들을 ‘망언’이라 부르지만. 이쯤 되면 ‘망언’이라는 말은 매우 점잖은 표현에 속한다.
국민들의 피가 부글부글 끌어 오르고 있는 와중에도 김진태 의원은 여당을 중심으로 한 의원직 제명 움직임에 자신은 공청회를 주관만 했지 참석은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자신을 띄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그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언행을 대체 누가 감당할까.
“김진태 의원의 비뚤어진 눈과 더러운 입은 갈수록 그 광기를 더해 같은 국민임이 낯부끄러울 지경이다”고 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경북도당의 공동 성명 정도로나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이들 세 의원의 과거 발언도 악명 높기로 유명하지만 이 자리에 다시 꺼내들고 싶지 않다.
5.18은 이미 수십 년 전 국가차원의 공식적인 조사와 사과를 통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고, 대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정밀한 조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이 확인된 상태다.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5.18, 그 시절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생생히 기억한다. ‘역사적 사실 확인’ 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역사를 날조하고 기만하는 행위,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대못을 박는 행태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국회의 괴물들을 퇴출시킬 것인지 말건지 속히 결단해야 한다. 괴물은 괴물들이 사는 지역에서 놀아야 한다. 인간과 섞이니 인간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툭 하면 제발 그놈의 ‘유감’이라는 말 좀 쓰지 말자. 국민들은 지금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데 한국당은 한가롭게 ‘유감 타령’이나 하고 있을 건가. 고의로 남을 아프게 하고도 ‘아팠다면 그 부분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하는 건, ‘인간의 말’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 ‘갑질 문화’의 밑바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 판에 영혼 없는 뒷북 해명은 국민들을 또 한 번 우롱하는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