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곳곳에서 때 아닌 산업폐기물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타 지역에서 배출된 폐기물이 잇따라 전북지역으로 반입되면서 벌어지는 일 들이다. 청정 전북이 느닷없이 산업폐기물 불법 투기장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착각에 들 정도다.
임실군은 최근 한 토양정화업체의 오염 토사 반입 때문에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해당 업체는 광주광역시에 있으면서 오염된 토사만 임실로 보내고 있어 주민 반발이 거세다. 광주에 있는 A업체는 최근 기름 등에 오염된 토사 260t을 임실군 신덕면 한 공장에 반입했다. 임실군과 주민 반대에도 요지부동이다. 관련법이 이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폐기물은 처리시설이 있는 지역 지자체가 허가를 내준다. 하지만 토양환경보전법에 의거, 토사는 사업체 소재 광역단체장이 허가한다. A업체는 당초 토양오염정화시설을 전남지역에 만들기 위해 추진했지만 허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실군은 최근 해당 시설 환경점검을 위해 공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업체 측은 관리감독 권한이 광주시에 있다며 출입을 막았다.
토양환경보전법 제23조의7항에는 토양정화업을 하려는 자는 사무실을 둔 시·도지사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예규 제593호 ‘토양정화업 등록·관리 업무처리지침’도 업체 사무실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가 등록·허가 권한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자체장의 승인만 있다면 전국 어느 도시에나 오염토양 정화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임실군은 아무런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행 법 규정대로 라면 이 같은 일이 전국 어디에서든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관련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이른바 희대의 ‘암 마을’로 불려온 익산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 불법 폐기물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비료공장 앞마당에선 최근 불법 매립된 폐기물이 대량 발견돼 조사가 한창인 상태다. 앞서 장점마을은 주민들이 잇따라 암에 걸려 쓰러지자 문제의 비료공장을 그 원흉으로 지목한 채 원인 규명과 안전 대책을 촉구해왔다. 익산은 또 낭산면 폐석산에서 발견된 불법 폐기물 처리 문제로 시끄러운 상태다. 매립량이 무려 156만 톤에 달하는데다 그 처리비용도 약 3,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에는 환경부가 군산에 국가 지정 폐기물 처리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군산시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753톤을 반입했다. 문제의 폐기물은 환경부측이 인천과 여수 등지에서 적발한 것이다. 마땅히 처리할 곳이 없자 대형 트럭 40여 대를 동원해 자신들이 관리하는 군산처리장에 옮겨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쓰레기라는 게 어떤 특정한 곳에 버려지기 시작해 그곳이 한 번 투기장으로 낙인찍히면 아무리 뜯어말려도 그 자리에 또 쌓이는 질긴 특성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전북이 멀쩡한 공터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해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제 지역에 남이 버린 몹쓸 오염 물질이 들어오는 데 누가 환영할 일인가. 남이 싸질러 놓은 배설물이나 치우고 있으라니 불쾌하고 자존심 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