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결정되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협력사들과 군산시민들의 속내는 찹찹하기 그지없다.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군산조선소를 폐쇄한지 불과 1년 7개월여만에 국내 조선업계 빅3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달 3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인수·합병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1145만t)이 2위인 대우조선(584만t)을 합병하면 세계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만t)를 압도하는 초대형 조선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빅3 체제를 유지해오던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빅2 체제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조선사끼리 국제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하고 그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인수합병을 넘어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수긍 못할 바는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본다면야 국내 조선업 체질 개선과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결정일 수 있겠지만 군산조선소 협력업체들과 그에 딸린 식구들, 군산시민들의 반응은 섭섭함과 배신감 그 자체인 것 같다. 혹시나 하고 애타게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기다려 왔지만 재가동은커녕 오히려 덩치를 키우겠다는 현대중공업 측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군산조선소는 전북수출의 10%, 군산경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전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GM 군산공장마저 폐쇄된 마당에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전북도나 군산시 경제를 위해서도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동서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에 가동 중단상태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내 유휴부지(16만㎡)에 15.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허가 신청을 낸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다행히 현대중공업이 지난 18일 전북도에 보내온 입장문에서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울산 본사를 포함한 전체 소유 부지 가운데 유휴부지에 태양광시설 설치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전혀 진행된 바는 없다”고 밝혀옴에 따라 이 문제는 일단락 될 듯 싶지만 뭔가 찜찜하다.
현대중공업 측은 군산조선소 부지를 태양광 발전 설치는 물론 조선업 이외의 용도로 전용하는 것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겉과 속이 판이하게 다른 대기업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진정으로 조선업 부지로만 사용한다는 말도 왠지 공하하게 들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며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도 1조원 넘게 들여 군산조선소 건설을 강행하면서 업계의 많은 우려를 샀지만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현대정신'을 강조하며 해당 사업을 밀어붙였다. 지금이야말로 군산지역에 그 강건한 '현대정신'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