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이 쓰레기(폐기물)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방아쇠’는 중국이 당겼다. 세계의 ‘플라스틱 쓰레기하치장’ 격이었던 중국이 문을 닫으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중국은 산업화를 위해 고체폐기물 수입을 장려했으나 지난해 초부터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플라스틱과 키보드와 스크린, 전선 등 전자제품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 여파로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플라스틱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이게 됐다.
얼마 전 우리나라 재활용품 수출업체가 생활쓰레기, 폐기물을 필리핀에 수출했다가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국가 망신을 자초한 필리핀 불법 수출 플라스틱 폐기물 중 일부가 지난 3일 국내로 다시 들어왔다. 지난 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수출된 6300t 중 먼저 1200t이 경기도 평택항에 들어왔다. 한글 제품명이 선명한 각종 생활쓰레기를 플라스틱 폐기물이라고 속여 수출했으니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군산항 인근 물류창고에도 필리핀 수출길이 막혀버린 폐기물이 대량 야적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적된 폐기물은 무려 8,290t에 달했다. 현재 도내 일원에 야적된 방치 폐기물은 총 21만 9,152t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5t짜리 대형 덤프트럭 약 8,800대 분량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김제 용지면 일원 야산 곳곳에선 약 1,000t에 달하는 폐기물 더미도 발견됐다. 김제지역 한 무허가 폐기물처리업자가 전국 곳곳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몰래 야적해둔 것으로 밝혀졌다. 익산과 정읍 등지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방치된 폐기물이 수 백t씩 추가로 발견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송하진 전북지사는 불법 폐기물 사태 등 최근 발생한 환경문제를 도민의 안전 위협행위로 규정하고 지난 18일 시장·군수에게 강력 대처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송 지사는 “도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조치해 나가겠다”면서 “위법사례는 모두 형사고발과 더불어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 등 강력히 대응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장기간 방치된 폐기물은 행정 대집행까지 검토해줄 것”도 강조했다.
그러나 폐기물 불법 투기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앞서 당국이 정작 해야 할일은 생활쓰레기와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노력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국내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1인당 소비량은 플라스틱 생산 시설을 갖춘 63개국 중 3위로 미국·일본보다 높다. 폐기물 관리나 재활용을 넘어서 소비하는 양부터 줄여야 한다.
지난해 4월 재활용폐기물 대란이 발생했을 때도 이같은 지적이 봇물을 이뤘지만 늘 그랬듯이 그 때뿐이었다.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불법 폐기물 수출은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도 있다. 이 원칙만 잘 지켜도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도 이런 정도의 노력은 기울여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