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택시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 실시에 또 제동이 걸렸다. 전주지법이 전액관리제를 이행하지 않아 전주시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전주지역 택시업체 10곳에 대해 불처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주지법은 전액관리제 미 이행으로 과태료 처분 받은 전주지역 택시업체가 낸 이의 신청에 대한 재판에서 지난 21일 불처벌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했을 때 위반자(택시업계)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택시 업체 손을 들어줬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그동안 택시 완전월급제를 주장하면서 전주시청 앞 고공농성까지 벌여왔던 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타격은 물론 전주시와 노조 간 진통도 예상된다. 전주시와 노조 간 합의한 확약서 이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택시지부는 지난달 26일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전주지역 택시회사에 행정 처분을 하는 내용이 담긴 확약서에 서명했다. 해당 확약서에는 전주시가 전액 관리제를 위반한 택시회사에 과태료와 감차 처분을 내리기로 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전주시가 택시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 관련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노동단체들은 전주지법의 결정에 대해 “엉터리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운수노조는 성명을 내고 “택시 이용시민과 택시노동자를 죽이는 사납금제를 철폐하고 불법경영을 일삼는 택시사업주를 처벌하라는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 전주지법의 결정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전주시는 법원의 택시업체 과태료 불처벌 결정과 관련해 검찰에 항고를 요청했다.
전액관리제 문제는 택시 업계의 가장 오래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다. 하루 수입 가운데 일정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가져가는 ‘사납금제’가 택시 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불러오고 안전운행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은 수 십 년 간 계속돼 왔다. 승객 골라 태우기, 승차 거부의 배경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97년 개정 운수사업법이 완전월급제를 도입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실시 비율은 전국 택시회사의 1%가 안 될 정도다. 이렇게 ‘사문화’된 데는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한 사업자들의 반발과 지자체들의 단속·처벌 소홀, 법의 ‘구멍’ 탓이 컸다. 개정법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가 받아야 한다고만 했을 뿐 기준액(사납금) 수납 금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의 훈령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법적 미비 때문이다.
이후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업자들의 행정소송이 잇따르고 이를 핑계로 지자체는 처벌에 소극적인 악순환이 이어졌다. 사납금제가 수익 면에서 더 낫다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오래된 인식과 관행도 정착을 더디게 했다. 그사이 택시기사의 노동환경은 악화일로다. 최근 카풀 도입을 둘러싼 갈등 역시 이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승객에게도, 기사에게도 나쁜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 국토교통부의 정책 개선뿐 아니라 국회에서 불법 사납금을 완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