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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토양 정화시설 인허가권이 타 지자체에?

임실지역 불법폐기물 반입에 따른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자칫 법정 소송으로 번지게 생겼다. 허가 관청인 광주시는 토양정화시설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전북도와 임실군의 요구를 거부했고, 임실군민과 정읍시민 등 600여명은 지난 26일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토양정화업 변경등록 취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급기야는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북·전남·경남지역 11개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섬진강 환경 행정협의회’가 임실에 오염된 토양을 밀반입한 업체의 토양정화업 등록을 철회해 달라고 광주시에 촉구했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법적 하자가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업체 측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호소했다.

토양정화업체인 ㈜삼현이엔티는 오염된 토사를 정화해 되팔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임실군 신덕면의 한 폐공장을 인수한 뒤 대구 등지에서 가져온 오염토양 741톤을 반입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토양오염시설이 들어선 신덕면은 전북도 대표 관광지인 옥정호 인근으로, 직선거리로는 2.1km 밖에 떨어져지지 않고 임실군과 정읍시, 김제시 등에 일일 평균 4만3천여 톤의 식수를 취수하는 시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옥정호 일대는 또 섬진강 수생태계의 우수성이 인정돼 환경부가 국가지정 습지를 추진,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자원이다.

업체는 당초 이 정화시설을 곡성과 장성, 나주에 설치하려다 주민 반발 등에 무산되자 결국 광주시가 임실군에 변경등록을 해줬다. 토양정화업은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사업체가 소재한 광역단체장이 정화시설 등록·허가 권한을 갖는다. 2004년부터 환경부 장관이 관리하던 토양정화업 등록 권한이 2012년 법령개정으로 시·도지사에게 위임되면서 업체 사무실 소재지의 시·도지사가 등록을 해주는 말도 안 되는 예규가 적용되기에 가능했다. 이로 인해 지역에 있는 시설인데도 임실군은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조차 행사할 수 없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20일 김송일 행정부지사가 광주시를 방문해 임실지역 토양반입 업체의 등록 철회 및 중재를 요청했으나 광주시는 적법한 행정적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강제적인 등록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관련법이다. 현행법으로만 따진다면 임실군에서 해당업체 등록 철회를 강제할 수가 없다. 업체 소재지가 있는 광주시만 등록을 철회할 수 있다. 광주시가 전북도와 임실군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법정 다툼으로 갈 소지가 크다. 

토양정화법 등록권한과 관리감독 권한이 해당 지역 자치단체장에게 주어지지 않는 해괴한 일이 되풀이된다면 옥정호와 같은 피해지역이 또다시 발생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의 근원인 토양정화업 등록·관리 처리 지침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토양환경보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환경부도 이 같은 현상을 단순히 ‘님비’라고 치부하며 더 이상 모르쇠 식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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