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국민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태극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구한말인 1882년(고종 19년) 처음 등장해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국기 통일 양식’을 제정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이후 반백년이 넘는 시간 평화와 통합의 상징으로 나부꼈다. 3·1절에 그랬듯 태극기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태극기 수난시대다. 태극기가 마치 분열의 표상이 된 듯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촛불집회 초기만 해도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촛불을 한 손에 들었다. 하지만 태극기를 든 보수·친박단체 집회가 스스로 ‘태극기 집회’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촛불’에 대항할 상징으로 ‘태극기’를 선택한 것이다. 태극기는 ‘촛불’과 상반된 민심을 뜻하는 개념이 되고 말았다. 시민들은 ‘태극기냐, 촛불이냐’를 선택해야 했다.
독점당한 국기는 분열의 상징이 됐다. 국기 게양이 꺼려진다는 개인에서부터 태극기를 이용한 행사를 취소하는 지방자치단체까지 생겼다. ‘태극기 물결행진’이 태극기 집회로 오해받지 않을까 우려한 탓이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는 2년 전 3·1절 행사에 태극기를 아예 제외했다. 해마다 시민들이 유관순 열사 옷차림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행사를 가졌지만 자칫 태극기 집회와 연관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때는 폭주족들이 3·1절, 광복절만 되면 태극기로 두건을 만들어 머리에 쓰거나 망토처럼 두른 뒤 온 거리를 질주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한때 당 로고를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 흰 바탕에 ‘보수’가 명시된 당명을 빨간 글씨로 적고, 당 상징무늬를 파란색으로 새겨 넣는다는 방안이다. 야당의 비난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처럼 태극기가 곤욕을 치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최근에는 ‘태극기 부대’라는 기상천외한 단체까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자 합동연설회는 태극기 집회를 방불케 했다. 한국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의 능력과 비전,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여야 할 토론회는 태극기 부대의 난무하는 야유와 욕설 속에 난장판으로 얼룩졌다. 태극기 부대들에게 여전히 전두환은 ‘영웅’이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폭동’이고, 민주화 쟁취에 피눈물을 흘린 시민은 ‘빨갱이’다. 일부 후보는 태극기 부대를 득표에 활용까지 하고 있다. 표만 된다면 이들의 역사인식이나 가치관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금도의 수준을 넘어 저주와 다름없다. 태극기는 나라의 국격이고 자존심이며 존엄의 상징이다. 국민화합과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는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 태극기는 특정집단이 아닌 국민 모두가 함께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