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800여개 사립 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 4일부터 무기한 개학연기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개학 연기 방침을 전격 철회했다. 하마터면 유치원 개학 첫날부터 보육대란으로 전국이 대 혼란에 빠질 뻔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코흘리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한 한유총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불법과 준법여부를 떠나 개학 연기에 이어 폐원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은 어린이와 학부모를 인질로 삼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겠다는 이기주의의 극치이자 교육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유총은 지난달 25일 국회 앞에서 3만명을 동원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하자 이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사립 유치원을 말살하려고 한다”며 참석자들은 검은 상복을 입고 ‘유아교육 사망선고’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이 자리에서 한유총 비대위원장이 쏟아낸 발언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그는 “교육부와 여당이 사립유치원에 비리 프레임을 덧씌워 생활적폐로 낙인찍었다”면서 “사회주의형 인간을 양성코자 하는 좌파들의 교육사회주의가 야합해 오늘의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사립유치원 문제를 정치적, 이념적으로 풀어가려는 억지 발상이 한심할 일이다. 더욱이 이날 집회 현장에는 표를 구걸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까지 참석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교육부는 3월부터 200명이상 대형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 에듀파인은 정부 보조금 및 지원금, 학부모 분담금, 차입금 등으로 나누어 세출 예산을 명확하게 편성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에듀파인이 도입될 경우 사립 유치원의 모든 수입과 지출이 이력에 남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들은 이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립유치원은 사유 재산이므로 국가회계시스템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립 유치원만을 위한 회계 시스템을 따로 쓰게 해달라는 것인데, 사립유치원의 설립과 운영주체가 개인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개인의 소유물이기 이전에 유치원은 엄연한 정규 교육기관이다.
사립유치원은 운영비용의 절반 이상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일이라면 그 쓰임새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당연하다. 개인이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운영하는 사설 학원이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보육을 돈벌이로만 여기고 비리를 저지른 일부 유치원의 책임이 무겁다. 잘못을 시정하려는 노력보다는 사유재산 침해 운운하며 강경투쟁만 외쳐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에듀파인은 최소한 국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고자 하는 최소 장치에 불과하다.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에듀파인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유치원 운영 수익이 사립 유치원장 주머니로 들어가서야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