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개학연기를 주도한 혐의로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전방위 조사가 시작됐다. 교육부가 지난 5일 개학연기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한유총을 공정위에 신고한 후속 조치다. 검찰도 한유총을 상대로 칼을 뽑아 들었다.
검찰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한유총을 공정거래법,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교육기본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에 하루 만에 배당하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과 싸늘한 국민여론에 밀려 개학연기 투쟁을 하루만에 철회한 한유총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아이를 볼모로 한 한유총의 후안무치한 집단행동에 학부모들의 인내심마저 한계점에 달해 들고 일어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유총 엄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넘쳐났다.
교육부는 한유총 지도부가 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개학연기에 동참하라고 강요·회유한 정황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는 ‘같이 동참하지 않는 유치원에 강력한 조처를 하겠습니다. 혼자 살겠다고 단체를 배신하면 그 대가가 얼마나 쓴지 알게 될 것입니다’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문자 메시지에는 또 ‘고지가 눈앞에 있는데 배신자들 때문에 무너진다면, 모든 책임은 배신자들이 받을 겁니다’ ‘우리가 전쟁에 성공했을 때 반역자들의 자리가 없다는 것’ 등의 협박성 문구도 담겼다. 오만방자 함이 극에 달하고, 무법자가 따로 없다.
한유총은 정부와 ‘유치원 3법’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대립해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부 사립 유치원의 회계 비리가 폭로됐고, 이에 교육부는 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강경 대책을 마련했다. 그게 바로 ‘유치원 3법’이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누리 과정 지원금과 학부모 원비를 교육 외 목적으로 쓸 경우 원장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이에 사립 유치원 업계는 사유재산 침해라며 집회를 열고 급기야는 개학 연기 집단 휴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맞서왔다.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을 때는 공공 교육시설이고, 설립자의 주머니를 채울 때는 사유재산이라는 한유총의 억지야말로 집단이기주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의무 이행 없는 일방적 권리 주장은 집단적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이야말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야가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탓에 한유총이 이렇듯 여론도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 아니겠나. 특히 유치원 3법의 발목을 잡았던 자유한국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듯한 데 되레 정부 탓을 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역시 한국당 답다.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은 끝났지만 학부모들의 상처와 불신은 깊게 남았다. 우리나라는 유아부터 대학까지 사립학교 과잉이다. 교육마저 사적 이익에 좌지우지돼 공적 가치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뒤늦었지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치원 3법이 3월 임시국회 회기 중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