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의료계 안팎이 시끄럽다. 영리 병원을 허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는 의료계의 오래된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병원은 모두 공공 병원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법인으로만 설립할 수 있다.
반면 영리병원은 이윤을 얻기 위해 병원을 운영한다. 병원 운영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다는 뜻이다.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은 “병원의 영리를 인정해 줘야 의술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걸려야 의사들이 환자를 더 열심히 치료해 줄 것이기 때문에 환자를 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영리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돈으로 본다고 한다. 의사들이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않고 과잉진료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필요 없는 수술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워 영리 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줄기차게 이어졌다. 급기야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때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해, 인천 송도 등 국내 8곳에 한해 국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투자 병원을 세우는 것을 허용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늘린다는 명목이었다. 다만 이 법은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으로 외국인만 설립해 외국인 환자만 받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영리병원이 외국인만 받아서는 절대 이윤이 남지 않기에 경제자유구역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국인 영리병원 확대를 부르는 불씨가 됐다.
국내 1호 영리 병원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논란 중심에 서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자본이 투자한 성형·피부미용 전문 병원이다. 이 병원은 허가 때부터 숱한 논란을 불렀다. 시민단체 등은 값비싼 의료서비스로 과잉 진료를 남발, 환자가 돈벌이 대상으로 몰릴 것이라며 강력 반대했다.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크도 최근 전북도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허가를 취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할 것을 전북도에 촉구했다. 전북네트워크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새만금특별법·제주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의 영리병원 허가에 관한 관련조항을 삭제하고 전북도는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의료지원간’을 설립하라”고 주장했다.
영리병원은 잘 운영하면 얼마든지 부가가치 높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우리의 의료기술을 활용해 해외 의료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병원이 돈 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영리병원이 자칫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의료분야는 삼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다. 대기업들은 일반 제조업의 이윤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를 대체할 분야로 의료산업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결국은 돈이다.
기업들이란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면 섶을 지고 불속으로라도 뛰어드는 집단이다. 영리병원의 장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을 한다 해도 그런 하이에나 같은 집단들에게 영리병원을 맘 놓고 운영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오싹한 느낌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