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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재지정 평가 폭넓은 공론화 과정 필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논란은 교육계 진보와 보수 간 오랫동안 지속돼온 싸움이다. 진보진영이 교육 불평등과 고교서열화를 이유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다면 보수 쪽은 수월성 교육과 학교 선택권을 내세워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자사고는 지난 2009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를 내걸고 지난 2009~2010년 사이 전국적으로 51곳의 자사고를 출범시켰다. 이후 9곳이 일반고로 전환, 지금은 42개교만 남았다.

자사고 존폐 문제는 항상 교육계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 줄곧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지난해 6월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대표적인 교육적폐”라며 자사고 폐지를 압박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세워진 자사고를 일방적으로 폐지할 권한이 없는 교육당국도 일반고와 동시선발로 자사고 지원자의 고교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평가지표를 강화해 탈락시키겠다고 한다.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관련한 혼란과 갈등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상산고 측의 ‘형평성 문제’라는 지적과 전북도교육청의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북교육청의 재지정 평가기준에 불만을 품은 상산고는 물론 학부모들과 해당학교 동문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 이어 급기야는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까지 중재자로 나섰다.

올해 전국 자사고의 절반이 넘는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5년마다 이뤄지는 이번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와 11개 시도교육청이 평가지표를 대폭 바꾸거나 강화했다.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려면 기준 점수가 과거보다 10점이 오른 70점을 넘어야 한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를 80점까지 올렸다. 상산고 측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재지정 기준 점수 상향과 평가영역 중 사회통합(사회배려 및 공헌자) 전형이다. 서울 등 다른 모든 교육청은 정부의 권고대로 기준점을 70점으로 정했으나 전북은 10점을 더 올렸다. 타 시·도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평가영역에 포함된 사회통합 지표도 상산고에 적용해서는 안 되는 항목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사회통합 관련 평가지표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등 1기 자사고는 이 항목 예외 대상이어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북도교육청은 상향된 자사고 평가 기준 점수는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 자사고도 교육 불평등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고 판단해 평가항목에 사회통합 전형을 넣었다고 맞서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교육행정을 펼침에 있어서 형평성과 공정성이 기본이라는 점은 맞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다른 시·도 교육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교육계 안팎의 보다 폭넓은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평가 기준을 전북도교육청의 독단에 의해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해 당사자들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지정 평가를 진행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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