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경기도 안성시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염도가 높은 도시라는 데 도민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타 도시에 비해 공장이 많은 것도 아니고, 청정도시가 도시 브랜드인 전주시가 그렇게 오염도가 높은 지역이었다는 데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지난 5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은 지난해 전 세계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분석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발표했다. 73개국 3000여개 도시를 대상으로 각국 정부의 공식 모니터링 자료 뿐 아니라 개인이나 기관에서 측정한 값을 모두 취합해 분석한 결과다. OECD 도시별 집계에서는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100개 도시에 국내 도시 44개가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전주가 29.6㎍/㎥로 경기도 안성(30.4㎍/㎥)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염도가 높은 도시였다. 익산시도 고농도 100대 도시에 포함됐다.
여기에 전북지역 미세먼지 배출원은 전국 최하위인데 농도는 최고 수준이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전북도가 지난 15일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에 의뢰한 ‘전라북도 미세먼지 특성분석 및 관리대책 수립연구’ 결과 발표를 보면 전북지역 초미세먼지는 배출량이 전국 대비 2% 이하로 매우 낮았지만 농도는 경기·인천에 이어 국내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리적으로 중국 공업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게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원인을 알고도 해결은 난망하게 생겼으니 참 두고두고 골칫거리다.
주요 배출원을 판단하는 ‘CWT 추적모델’을 살펴보면 전북 미세먼지의 핵심 원인은 랴오닝성과 허베이성, 산둥성, 허난성, 안후이성, 장쑤성, 저장성 등 중국 동부지역에 위치한 수 백 여개의 화력발전소와 공장, 겨울철에 가동되는 석탄용 난방시설 등으로 추정됐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원이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오염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중국이 2~3년 내 464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국이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78기)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다. 설상가상으로 이 시설들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중국 동부 지역에 집중 건설될 예정이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공식적인 논평까지 내놓고 있는 판이다. 이제 미세먼지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중국과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세먼지 문제는 전북도 혼자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사안이다. 오염원 차단에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여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가 적극 나서 중국과 외교적으로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까지 담보하면서까지 미세먼지 문제를 방치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왜 정부는 중국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느냐’는 국민들의 질타를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