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곡절 끝에 전북도 산하기관장에 대한 첫 인사 청문회가 지난 19일 끝났다. 공기업.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도의회와 도가 두 차례 씩이나 법정싸움까지 벌여온 끝에 맺은 결실이다.
전북도의회 인사청문위원회는 이날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명후보자 김천환 전 전북도 건설교통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 청문은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24년여 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점이라는 데서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전북도의회와 전북도는 지난 1월 지방공기업 및 출연·출자기관 5개 기관장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청문회 대상은 전북개발공사 사장, 전북연구원장,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문화관광진흥재단 이사장, 군산의료원장 등이다.
이번 김천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업무능력 검증은 공개로 이뤄진 반면 비위나 범죄사실, 재산, 병역문제 등을 다루는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함으로써 ‘반쪽짜리 청문’이라는 논란을 불렀다. 청문회가 단 하루에 불과했던데다 내정자 발표 이후 불과 열흘 여만에 이뤄져 준기기간과 검증 시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논란이 많았던 이날 인사청문회에 대해 송성환 도의장은 “전북도 측과 협상 과정에서 청문대상 기관을 한 두 개라도 더 확대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양보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보다 내실 있는 다음 청문회를 기대하며 이번에는 한 발 쯤 양보할 수도 있겠다. 실제 전북도내 인사청문 대상 기관은 15개에 이른다. 이번에 10개 산하기관은 빠졌다.
모든 일이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일단은 첫 물꼬를 텄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이 돌출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인사 청문회의 본래 목적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인사청문회는 합리적이고 순리적인 인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인사권자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인사의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거치는 건 공직 후보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투명한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공직후보를 인사권자는 지명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후보자 자신은 철저한 검증에 자신 있는 자들만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더 이상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 후보자가 자리를 거절하는 것은 어렵다. 자신의 흠을 본인만 모르는 경우도 많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더 어렵다. 후보자를 추천하는 실력자의 입김도 막아야 한다. 고위 공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강제로 걸러낼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낙마와 통과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뇌물 수수와 같은 명백한 범법행위자를 부적격자로 걸러낼 수 있는 법치주의에 합당한 인사검증기준을 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거듭 당부하건데 인사청문회가 정치 상황이나 여론 동향에 따라 시시각각 ‘낙마’와 ‘통과’가 결정되는 ‘복불복 쇼’가 돼서는 안 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