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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대회 ‘동물학대’인가 ‘민속놀이’인가

정읍시 소싸움대회가 또 다시 동물학대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정읍시민행동과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읍시가 추경에 편성한 소싸움대회 관련 예산을 자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읍시의회가 작년 말 삭감했던 1억여원의 소싸움대회 예산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추경에 다시 편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읍시민행동은 지난 18일부터 정읍시청 앞에서 소싸움대회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동물 학대 논란이 있는 소싸움대회 예산을 삭감하거나 차라리 동물복지에 쓰라는 게 이들 단체의 요구다.

소싸움은 예로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으로 보는 시각과 동물들의 싸움을 보며 즐기는 ‘학대행위’라는 시각이 오래전부터 충돌해 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다. 따라서 투견(개싸움)이나 투계(닭싸움)는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소싸움은 관광진흥차원에서 이뤄지는 합법적인 경기로 인정된다. 경기는 물론, 내기까지도 허용된다.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에 소싸움이 유일하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민속놀이의 하나로 소싸움 대회를 즐겨 왔다.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경북 청도 소싸움 대회의 경우 약 1,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경북 청도, 경남 진주를 비롯해 전북지역에서는 정읍과 완주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소싸움 대회가 열린다. 지난 1996년 첫 대회가 열린 정읍 소 싸움대회는 1998년 전국대회를 거쳐 2003년부터는 정부가 인정하는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지난해 10월 열린 대회에는 전국에서 싸움소 167마리가 출전해 기량을 겨뤘다. 매년 6월 열리는 완주 소싸움 대회도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이렇듯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행사로 명맥을 이어온 소싸움 행사가 동물학대라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소를 오락대상으로 이용하면서 상해 등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소싸움대회 때 돈을 거는 건 도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해당협회와 관련 자치단체들은 소싸움대회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통인데다 현재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정읍시가 조성 중인 축산테마파크 내 소싸움 경기장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소싸움장이 사실상 도박장으로 동물 학대를 조장한다고 중단을 촉구하는 반면 정읍시와 지역 축산단체 등은 해당 시설은 소싸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도 할 수 있는 다목적경기장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각 자치단체들은 전통문화를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희소성이 있는 소싸움 대회도 그중 하나다. 동물학대, 사행심 조장이라는 동물단체 등의 주장에도 무작정 반기를 들 수는 없지만 소싸움 대회는 우리의 오랜 농경문화로부터 비롯된 민속놀이이자 농민들의 축제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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