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미륵사지 동탑이야말로 20세기 한국 문화재 복원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걸 보고 있으면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키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지난 2004년 12월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미륵사지 석탑(서탑) 해체 조사보고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1993년 복원된 미륵사지 동탑이 노태우 정권 당시 “고증이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호남에 대한 선심행정 차원에서 복원이 강행됐다며 유 전 청장은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그런데 그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또 익산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이 원형과 다르게 복원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원은 지난 21일 공개한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미륵사지 석탑을 첫머리에 올리고 보수가 ‘부적정’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석탑 외부가 아니라 겉보기에는 나타나지 않는 내부인 적심(積心)이다.
감사원은 연구소가 본래 적심을 해체할 때 확인한 공법대로 복원하기로 했으나 6층 중 1∼2층은 새롭게 가공한 직사각형 석재를 사용하고 3층 이상은 기존 부재를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적심석 사이에 성능이 뛰어난 실리카퓸 배합 접착제가 아니라 접착력이 다소 떨어지는 황토 배합 접착제를 썼다고 지적했다. 또 적심석 구성과 접착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설계도서를 새롭게 작성하지 않고 전문가 자문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를 노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륵사지 석탑이 ‘원형’을 상실하고 일관성이 떨어졌으며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최종 결론이다.
지난 1993년 복원된 동탑도 화강암을 기계로 깎아 졸속으로 복원해 큰 실망감을 안긴데 이어 서탑마저 부실 복원으로 평가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부실 복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도 관심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국내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세계문화유산으로 익산과 한국을 대표하는 유물이며 정체성으로 평가된다. 일제강점기에 보수할 때 사용한 콘크리트가 노후화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1년 이후 18년간 해체·수리를 진행해 왔다. 이렇게 공들여 복원한 결과가 부실 복원이라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문화재는 우리네 문화와 정신이 담긴 유산이다.
문화재 복원은 ‘원형 보존’을 통해 먼 후대까지 그 시대의 숨결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렇듯 소중한 문화재를 아끼고 보존하는 것은 후손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이자, 우리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할 의무이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원형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역사의 숨결이 사그라진다.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하고 우리 문화재를 후손들에게 제대로 물려주기 위해 문화재 복원은 진정 천년을 내다보며 장인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전시행정 차원에서 졸속으로 이뤄지는 복원은 오히려 문화유산을 해치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