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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검증시스템 대대적인 손질 필요하다

기대를 모았던 전북 출신 2명의 장관 후보가 국회 인사검증 과정에서 낙마했다. 조동호(부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해적 학술단체’ 참석, 자녀 호화 유학 의혹 등이 불거져 지명 철회됐다.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논란에 휩싸인 최정호(익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자진 사퇴했다.


7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공교롭게도 전북 출신 2명이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여기에 군산 출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마저 ‘고가건물 매입 및 거액 대출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 달 29일 전격 사퇴했다. 여권 고위직의 전북 출신 인사 3인의 사퇴 및 낙마로 도민들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전북 입장에서만 본다면 ‘인사 참사’라 할만하다.


일부에서는 ‘전북이 또다시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장관직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실세 인사들을 보호하고 국민 여론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힘없는 전북 출신을 낙마 시키려 한다는 것 아니냐 라는 것이다. 최정호.조동호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은 비교적 우호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만만한 두 사람을 희생양 삼은 ‘꼬리 자르기 식’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한국당은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며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도민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번 인사청문회였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굳이 지역을 들먹이며 ‘정치적 희생양’이니 ‘전북 홀대’ 등 해묵은 관점으로 전북인 스스로 자기비하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공직자로서의 흠결이 명백히 드러난 이상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 정부마다 고위직의 낙마 잔혹사는 끊이지 않았다. 이유도 부동산 투기부터 탈세, 자녀의 병역기피,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 다양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2명, 노무현 정부에서는 3명, 이명박 정부에서는 8명이 각각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10명이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함께 '7대 인사 배제 기준'으로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범죄 등을 세운 배경이다.


우리나라도 겉보기엔 괜찮은 인사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을 중심으로 민정수석실, 국가정보원 등이 가세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국민의 동의를 얻을 만한 인재를 골라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역대 정부의 실패는 결국 잘못된 인사가 주된 요인이었다. 결론은 분명하다. 고위 공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강제로 걸러낼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법률적·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 공직을 맡으면 결국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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