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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청정지역 전북이 마약 유통경로였다니

우리나라는 마약 유통과 관련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게 단속을 해오고 있다. 그래서 마약에서 만큼은 청정국이라는 명성을 들어왔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마약청정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약의 국내 유입이 인터넷이나 SNS 등으로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우편을 통해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려던 태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태국인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밀반입에 가담한 같은 국적 B씨(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라오스에서 약 2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22억원 상당의 필로폰 675g을 국내로 밀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피의자들은 모두 관광비자로 입국해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 신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 등은 국제항공우편을 통해 필로폰을 밀반입하기로 공모한 뒤 전북의 한 마트에 필로폰을 배달하기로 계획했다. 배달지로 정한 마트는 태국 식품과 물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필로폰을 건네받으면 가담한 B씨 등 5명에게 대가로 수 백 만원 상당의 금목걸이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배달지를 이곳으로 선정한 배경에는 전북이 마약 청정지역이어서 국제항공우편에 대한 마약 검사가 소홀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태국에 있는 공급책과 이들은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SNS계정 등을 이용해 서로 연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버닝썬 파문이 증폭되던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한다.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으로 1만2613명이 단속됐다. 인구 10만명 당 24명으로, 유엔이 정한 마약청정국(인구 10만당 마약사범 20명 이하) 직위는 당연히 잃게 됐다. 마약류 유통경로였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소비국으로도 바뀌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마약류가 부유층 및 특권층 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 효과 등을 빙자해 마약이 직장인, 주부 등의 일상에까지 무감각하게 파고들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코카인, 아편, 필로폰, 대마초 등을 아우르는 마약류는 강한 환각성과 중독성을 갖는다. 투약자를 끝내 폐인으로 만들고 환각 상태에서 2차 범죄까지 유발한다. 19세기 영국과 아편전쟁을 치렀던 중국을 떠올리면 지금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다. 더 늦기 전에 검·경찰, 식약처, 관세청 등이 강력한 공조체제로 근절에 나서야 하고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신종 마약들의 등장 속도를 수사당국의 단속 노력만으로는 따라잡기가 어렵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기본이고 학교와 지역사회 등에서의 실질적 예방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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