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재단의 비리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병폐다. 수많은 적폐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부분이 ‘교육 적폐’이고. 교육적폐 중의 적폐는 ‘사학적폐’라는 말이 있다. 사학적폐는 대학뿐만 아니라 사립 중.고등학교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도내 한 사립학교 설립자 일가가 부적절한 회계 처리로 20억5천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전북교육청 감사 결과 적발됐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전주 소재 이 학교 법인의 비위는 ‘사학비리의 종합판’이라 할만하다. 이들은 수년간 각종 예산을 부풀려 집행한 후 거래 업체들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뒷돈을 챙겨 왔다. 공사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뒤 대금을 송금하고서 실제 공사는 행정실 직원에게 맡겼는가 하면 공사대금이 설립자 호주머니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교육용 기본 재산인 교실을 개조한 해당 학교의 특별교실에는 설립자 부부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드레스룸과 화장실, 욕실이 설치된 사실도 밝혀졌다. 학교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페이퍼컴퍼니인 태양광 회사와 20년 동안 장기임대 계약을 맺어 수익을 빼돌린 사실도 적발됐다. 사립학교법은 학교 재산을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 운영에서는 허위로 이사회를 꾸리거나 친인척을 채용한 비리 정황도 나왔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모든 이사회(118회)가 규칙을 어긴 채 열렸다. 의사정족수가 미달됐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 이사회가 무효여서 이사장과 이사 등 임원 임면도 무효가 된다. 친인척 한 명은 허위교직원으로 등재돼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인건비가 지급됐다.
이 학교에는 설립자와 이사장이 부자관계인 것 뿐만 아니라 설립자 부인은 이사, 딸은 행정실장, 외조카는 행정실 직원으로 근무하는 등 족벌체제 일색으로 확인됐다. 한 마디로 그동안 고질적으로 반복돼 온 비리 사학의 복제판이다.
사립학교 족벌체제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사립학교에 고용세습과 채용비리, 공금횡령 등으로 대표되는 비위가 만연한 이유는 이사장을 정점으로 하는 독단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제도 때문이다. 고용 세습으로 대표되는 친인척 채용도 이사장 또는 교장 등 실권자들이 자신들의 사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고, 금품 수수 교원 채용 등 채용비리 역시 사학의 실권자들의 금전적 사리사욕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행 사학법은 상당 부분 이를 방조 내지 묵인해 왔다.
그간 사학법 개정에 대한 당위성은 수없이 제기돼 왔다. 비리사학을 보호하고 사학소유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구실만 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정치권, 사학법, 교육부, 사학 카르텔이 굳건한 장벽을 치고 있는 탓이다. 법망을 피하거나 법 위에 존재하며 운영되는 사립학교의 폐해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문제투성이의 사립학교법 개정이 당장 필요하다. 언제까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길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