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속초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통한 처우개선 요구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등록된 청원은 이틀만에 14만명이 넘는 지지를 받았다.
사흘 동안이나 꺼지지 않고 강원도 일대를 뒤덮은 산불은 강원도만의 일이 아니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 소방차 820대는 밤새 현장으로 달려가 힘을 합쳐 불을 껐다.
화재 이튿날인 지난 5일 정문호 소방청장은 “천릿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와 도와준 전국 시·도와 소방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왜 전국 시·도와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표한 이유는 일선 소방관들은 각자 시·도 소방본부에 속해 해당 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는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다른 시·도 소속 소방관들이 지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
이번과 같은 신속한 공조는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해 관할 지역 구분 없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게끔 비상출동시스템을 강화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공조를 법적으로 더욱 뒷받침할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바꾸려면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소위 ‘신분 3법’ 등 총 4가지 법률을 개정해야 하나 국회는 3월 임시국회에서 공전만 거듭했다.
전체 소방공무원 중 1.3%만이 국가직이다. 나머지 98.7%는 지방직 공무원으로 각시·도에 소속돼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 가운데 지방직은 소방관밖에 없다. 지방직 공무원이다보니 지자체의 재정여력에 따라 처우가 달라진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으로 가면 소방관들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설비조차 구비하지 못하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비가 부족해 사비를 들여 방화복과 장갑을 사는 일도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문제다. 화재 등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례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관이 사고를 당할 때마다 인력을 늘리고 장비를 개선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지만 그때일 뿐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7월 발의한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이 아직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 법안은 소방관들의 오랜 염원인 국가직 전환을 담고 있다.
소방관은 늘 국민이 존경하는 직업 1위로 꼽힌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목숨까지도 걸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정책은 여야와 정파를 떠나 다룰 일이다. 이 문제는 국회가 풀어줘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소방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