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 유치원 원장들이 정부 지원금을 빼돌려 명품 가방, 성인용품, 외제차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 것이 적발됐다.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부지원금이 사립유치원장의 사적 용도로 사용되면서 고작 닭 한 마리로 끓인 죽을 30명, 수박 한 통을 100명의 아이들이 나눠먹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원장들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부족한 급식으로 배고픔에 시달렸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급식비로 사리사욕을 채운 유치원장들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며칠 전에는 전북지역 한 사립학교 설립자 일가가 부정한 회계 처리로 20억원이 넘게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들은 수년간 각종 예산을 부풀려 집행한 후 거래 업체들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뒷돈을 챙겨 왔다. 교실을 개조한 뒤 학교 설립자가 자신의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학교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페이퍼컴퍼니인 태양광 회사와 20년 동안 장기임대 계약을 맺어 수익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 학교는 설립자와 이사장이 부자관계, 설립자 부인은 이사, 딸은 행정실장, 외조카는 행정실 직원으로 근무하는 족벌체제 일색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사립학교는 ‘이사장 왕국’이라는 말이 있다.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도내 15개 교육시민단체는 지난 9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문제가 된 사학법인을 해산하고, 임원 전원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는 한편, 임시 이사를 파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사립학교의 비리 및 불법 전횡 등은 비단 이 학교 법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이는 현행 사립학교법이 교육의 공공성 보다는 비리 사학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전북교육청은 도내 전체 사립학교 법인에 대해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이들 단체들의 요구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문제의 사립학교법 때문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언젠가 확대간부회의에서 “사학의 비리를 잡아내고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잘하는 사학은 아주 잘하지만, 문제 사학들은 마치 치외법권 지역처럼 돼있다”며 “정권, 사학법, 교육부, 그리고 사학 카르텔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사립학교 운영비의 97%는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사학비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립학교가 개인 재산이라는 그릇된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족벌운영체제를 구축해 인사와 재정에 대한 전권을 쥐고 횡령, 유용 등의 비리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현행 사학법으로는 사학비리에 대한 내부 감시나 견제 장치는 부재하고, 교육부 등 관할청의 지도·감독권도 한계가 있다.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재라는 원칙 아래 구조적 틀을 전면 바꾸지 않는 한 사학비리의 악순환을 반복될 뿐이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과 지지를 보내는 사립학교법 개정이야말로 시대적 요청이라는데 재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