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성매매집결지로 긴 세월 어두운 시절을 보냈던 전주 선미촌이 나날이 변신 중이다. 전주시는 성매매집결지에서 문화예술마을로 변화하고 있는 선미촌을 문화재생의 상징 공간인 ‘꽃심마을’로 만들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19 문화적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서노송동 선미촌 일대가 선정돼 국비 3억원을 확보한 게 힘이 됐다.
문체부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무분별한 물리적 재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고 도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도심과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된 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시는 내년 2월까지 국비 등 총 6억원을 들여 선미촌을 중심으로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다.
‘문화적 사람·프로그램·공간’을 핵심 과제로 내세워 선미촌 일대를 ‘전주문화비전 2030’과 전주형 도시재생의 상징공간인 꽃심마을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는 인문·예술 활동으로 마을주민의 역량을 키우고, 인문·예술 단체 이주를 통해 꽃심마을기업과 소셜벤처 등 문화적 재생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공동정원과 시민장터·마을숲을 조성하고 기존 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거점을 연계하는 골목길 네트워크도 구축할 방침이다.
전주 선미촌은 전국 최초의 성매매집결지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면적 개발방식이 아닌 점진적인 기능전환 방식으로 문화예술과 인권마을로의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선미촌의 성공사례는 오늘날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무조건적인 철거가 아니라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주민들의 생각과 행정, NPO 등이 협력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선미촌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유네스코 인증에도 도전한다. 전주시는 집창촌에서 문화예술마을로 변신을 꾀한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공식 프로젝트 인증제 공모에 신청할 예정이다. 최종 승인 여부는 오는 6월 말 결정된다.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는 2016∼2020년까지 총 74억원이 투입돼 선미촌을 포함한 서노송동 일대(11만㎡)의 골목과 도로정비, 커뮤니티 공간 및 문화예술복합공간 조성, 주민공동체 육성 등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 이후 이곳에 일반음식점들이 생겨나고 상설문화예술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잔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서노송동 일대 주택가에 형성된 선미촌에는 한때 400여 명의 여성이 성매매업에 종사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전주를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꽃심을 지닌 땅’이라 표현했다. ‘꽃심’은 잔잔하면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새 생명을 틔워내는 강인한 힘을 의미한다. 그런 꽃심은 곧 ‘전주 정신’으로 이어졌고, 전주는 ‘꽃심의 도시’가 됐다. 일본 요코하마시 코카네초 성매매집결지는 오늘날 예술가들이 찾는 예술공간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음(陰)이 극에 달하면 양(陽)이 되는 이치와 같이, 기나긴 겨울을 지나 새 생명을 무럭무럭 틔워내는 선미촌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