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대표와 시민 등 150여명이 참여하는 국민주권실천시민운동연합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단체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이 공천과 관련해 각종 부조리와 비리가 만연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방분권의 취지를 좀 먹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지방선거법제도”라며 “기초자치단체에까지 만연한 줄 서기식의 선거제도를 끝장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1000만명 국민서명운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는 지방자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해묵은 논쟁거리이자 정치권의 단골 레퍼토리다.
정당공천제도는 공당을 통한 유능한 인재 발굴과 책임 있는 지방자치 구현을 목표로 했지만 이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당공천제로 인한 저간의 폐해들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은 공천을 빌미로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수족처럼 부려왔다.
대의민주주의의 제도화란 명분은 죽고, 지방행정을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지방분권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만 악용된 것이다. 공천과정에는 금품수수의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고, 지방선거임에도 전국의 지도가 색깔 따라 반분되는 지역주의 정당독식 현상이 반복돼 왔다. 경쟁자로 클 만한 싹은 아예 기초 공천에서 가차 없이 자른다는 풍설도 파다했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는 국민의 여망과 기득권 정치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이 지역주의 정치에 갇혀 있는 정당정치의 공천제도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중앙정치인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온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지방의회 내부의 분위기와 여론도 우호적이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전국 기초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기초의회 의원들이 중지를 모으고 단체 행동에 나서면 폐지를 관철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방의회 자체의 역량만으로 역부족일 경우 유권자 시민의 힘을 빌릴 수도 있다.
중앙의 간섭과 통제를 없애고 지방 주민들이 지도자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이자 진정한 정치 개혁이다. 지역일선의 행정업무를 다루는 이들이 굳이 당파나 당적을 가질 이유는 없다. 물론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해서 지방선거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하고 유능한 일꾼들이 쉽게 지역정치에 진입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 토호세력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과거 정당공천이 금지됐던 지방선거 당시 ‘내천’이라는 눈 감고 아웅 하는 모습이 나타났던 경험도 있다. 각 정당은 이런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튼히 하는 과제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