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권도인들의 대축제인 무주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가 부적절하게 사용된 금전 문제 등에 얽혀 위상이 말이 아니다. 위상은커녕 올해 대회조차 치르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으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행사 규모나 가치 측면에서 전북에 이만한 잔치가 없을 텐데 말이다.
지난해 11월 전북도의회의 행정감사에서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의 행사 운영비 상당 부분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이 밝혀져 올해 대회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그 여파로 조직위마저 해체되고 말았다. 지난 23일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정부합동감사에서는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의 부적절한 지방보조금 사용이 적발됐다. 아울러 행사운영비 집행 전반을 특정 사업자들과 부적절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합동감사 결과에 따르면 보조사업자인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지방보조금을 법적 근거 없이 상근직원의 인건비 및 운영경비로 사용했다. 2015년 행사의 경우 국비와 도비, 군비, 자부담 등으로 지원된 7억 원 중 조직위는 1억4600만원을 상근직원 3명의 급여, 4대보험, 상여금 등의 인건비로 지출했다.
보조금은 당해 지자체의 사무와 관련한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있는 경우 외에는 보조단체(조직위) 상근직원의 인건비, 사무실, 임차료, 사무관리비 등의 목적으로 지출할 수 없도록 지방재정법은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주군은 당초 자부담으로 집행하기로 한 조직위 상근직원 인건비를 도비와 군비로 충당하기 위해 전북도에 사업변경 승인요청을 했으나 전북도가 승인하지 않자 엑스포 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업비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운영비 집행 전반에 특정 사업자들과 수의계약을 추진한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지방계약법에서는 추정가격이 2000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구매계약, 용역계약에 한해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그 외에는 공개경쟁입찰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1건당 2250만~2400만원이 소요되는 환송만찬을 4차례에 걸쳐 A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2000~2360만원이 소요되는 메달제작비용 역시 B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3189만원이 들어간 음향, 조명, 공연, 무전기 등도 통합해 계약하지 않고 개별로 구매했다. 이벤트 연출 등에 필요한 소품비용 1억4974만원도 C조합에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여기서 냉정히 생각해 볼 부분도 있다. 행사 관련 예산 집행이 잘못됐다면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로 13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전 태권도인들의 잔치를 중단한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이런 저런 비리에 연루돼 적발된 공무원이나 단체는 수없이 많았다. 그런 식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전북지역에 남아 날 행사나 단체가 과연 몇 개나 될까. 아예 못 쓸 정도로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새로 고쳐 쓰는 게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득이 될 때가 많다. 전북이 내세울만한 국제 행사가 뭐가 있다고, 어렵게 만들어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해 온 무주 태권도 잔치를 여기서 멈춘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