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현 전주법원·검찰청 부지와 건물을 활용한 ‘법조삼현 로파크’ 건립 추진에 나섰다. 현 전주법원·검찰청은 올해 말 만성동 법조타운으로 이전한다. 시는 지난 3일 법조인과 정치권, 법학 교수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조삼현 로파크 건립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주요사업 내용은 법조삼현 기념관, 법조인 명예의 전당, 법 역사관, 법 체험관, 로(law)-디지털 도서관 등이다. 국비 확보를 거쳐 내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덕진공원에 ‘법조 삼성(三聖)’의 동상이 세워져 있지만 이들의 위업을 기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제는 국비 확보의 키를 쥔 법무부가 특정 지역의 로파크 건립에 국비를 배정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이라는 것이 걸림돌인 것 같다. 다만 정치권 등 우회로를 통해 예산이 마련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결국 국가예산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법조삼현 로파크는 한국 근현대 법조계를 일군 전북 출신의 ‘법조 삼성’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법조삼성은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으로 사법 기초가 되는 법률 마련과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을 확립한 ‘가인 김병로’선생, 청렴·강직한 대쪽 검사로 불리면서 한국 검찰의 위상을 높인 ‘화강 최대교’선생, 죄수들에게 헌신적 사랑을 보여주며 법복을 입은 성직자로 불린 ‘사도법관 김홍섭’선생을 가리킨다. 이들은 비단 법조계뿐만 아니라 민초의 존경과 애정을 받았던 ‘선비’면모까지 두루 갖춘 율사들이다.
힘과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 ‘법의 양심’은 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고 미래 발전을 견인하는 민주주의의 으뜸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요즘 법의 세태는 권력과 진영논리에 치우친 ‘횡포’와 ‘군림’의 주체로 더 인식된다. 그래서 ‘법은 법다워야 한다’는 원칙에의 요구가 공허하게 들리기 일쑤다. 현재 사법부의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해 있다.
경제선진국 모임인 OECD가 2015년 사법부 신뢰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42개 회원국 중 한국의 신뢰도는 꼴찌나 다름없는 39위였다. 사법부 현실과 국민이 염원하는 사법부의 모습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나 크다.
올해 초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널뛰기 판결을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근간마저 뒤흔들어 버렸다. 사법 불신은 비단 법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검찰, 변호사 등 법조계 전체에 팽배해 있다. 사법 불신은 정치 지향적 법조인들이 자초한 측면도 매우 크다. 정치 성향에 따라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관계까지 이르러 ‘정치 판사·정치 검사’라는 말까지 유행시켰다. 여기에 대형 로펌, 전관 변호사, 법조 출신 국회의원을 필두로 한 법조 카르텔이 형성되면서 사법 불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재판거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거래하는 것이다. 법은 문제가 없는데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전북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법조계의 큰 어른들이 그리운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