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군 함성이 지난 11일 125년만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 다시 울려 퍼졌다. 대표 슬로건은 ‘다시 피는 녹두꽃, 희망의 새역사’.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이 정읍 황토현 전승일인 5월11일로 결정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정부(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기념행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된지 15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맞아 기념대회와 기념사업 추진을 위해 ‘동학농민혁명백주년 기념사업단체협의회’가 결성 된지 25년만에 제정됐다.
동학농민혁명은 단 1년 동안의 사건이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외세의 침략에 반대해 일어난 아래로부터의 민중항쟁으로, 한국근대사의 전환점이 됐으며 청·일 전쟁을 잉태해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적 진로를 결정지은 국제적 사건이었다. 반만년 우리 역사 속에서 1년의 시간적 의미가 아니라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역사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는 1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인원은 많게는 100만이라고도 하며, 죽거나 다친 사람이 30만, 죽은 사람이 10만이라고도 한다. 19세기 조선의 인구를 대략 1000만 정도로 추산해 볼 때 실로 엄청난 사람들이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시간과 공간속에 있었던 것이다.
5월11일은 동학농민군이 1894년 정읍 황토현 일대에서 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날이다. 광화문은 당시 경복궁을 무단 점령한 일본군에 맞선 동학농민혁명군이 국권 사수를 위해 2차 봉기한 장소로 잘 알려졌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전국적 혁명으로 승화시킨 ‘무장포고문(茂長布告文)’ 낭독도 있었다.
무장포고문은 1894년 고창 무장 봉기 당시 전봉준 등의 지도부가 만천하에 봉기할 것을 포고한 글이다. 포고문은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귀하다는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로 시작해 “의로운 깃발을 들어 보국안민으로써 죽고 살기를 맹세 한다”로 이어진다. 포고문은 동학농민혁명이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국적인 대규모 항쟁으로 커지는 계기이자 우리 역사 속 민족·민중 항쟁 근간이 되는 선언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학 난’에서 ‘혁명’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힘든 과정을 지나오면서 동학농민혁명은 이제 우리에게 그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이후 육십갑자가 두 바퀴 이상 돈 오늘날 세상은 크게 변한 것 같지만 120여 년 전 개혁의 깃발 아래 탐관오리 처벌, 지벌을 타파하고 고른 인재등용, 조세개혁을 외치던 동학농민군의 요구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당시 백성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한줄기 희망을 전하는 빛줄기였던 ‘사람이 곧 하늘’이란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박물관 속에 박제된 세상이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단순히 역사에 갇힌 기념일이 아닌 국민의 심장에 살아 숨 쉬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