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종자 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종자 관련 인력양성에 나서겠다고 한다. ‘종자 생명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은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 종자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는 2023년까지 총 8억원을 들여 다음 달부터 육종보조원·미래육종가 등 2개 과정을 운영한다. 전통장류 복원사업도 병행한다. 순창군 및 인근 지역 토종 종자를 수집·보존하고 토종 종자센터 종자 품질관 건립, 시설·장비 도입 등 지역의 전통장류산업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국제 종자박람회도 연다. 70개 기업이 참여하고 60억원의 수출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라 할 정도로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결정체다. 세계 강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량종자 개발과 유전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총성 없는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다.
종자 주권을 쥐는 자가 곧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세계 인구의 11%가 굶주리고 있다고 밝혔다. 식량 부족 문제는 식량의 자원화와 무기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전쟁의 중심에 종자가 있다. 씨앗은 그 자체로 돈이다. 같은 무게에 금값보다 비싼 종자가 수두룩하다.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종자주권은 생존과 직결된다.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위축됐다. 당시 5대 종자기업 중 4곳이 해외로 팔려나갔다. 이로 인해 무·배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50%가 외국회사에 넘어갔다. 양파, 당근, 토마토의 종자는 80% 이상이 넘어갔다. 알싸한 매운맛의 대명사 ‘청양고추’ 씨앗은 전량 미국의 다국적 종자회사 몬산토에서 로열티를 주고 들여온다.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금싸라기참외’도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친숙한 작물이지만 이를 사먹을 때마다 외국계 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황당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사꾼은 종자를 베고 죽을지언정 결코 먹어 없애지 않는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농업의 산업화는 종자를 농민의 품에서 앗아갔고 종자는 몇몇 다국적 대기업의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종자시장에서 한국산의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우수한 신품종 개발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국산품종 장미의 점유율을 0%에서 10%대로 끌어올리는 데 무려 1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종자산업 육성에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 등 연구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
농산물 시장만 지키려고 급급할 것이 아니라 종자시장을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종자산업의 경쟁력 없이는 농업의 경쟁력 향상은 불가능하다. 목화씨가 단순한 농작물에 그치지 않고 의류혁명과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듯 종자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