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학비리가 들춰질 때마다 ‘비리 백화점’이니 ‘종합비리의 결정판’, ‘비리 복마전’ 등과 같은 수식어들이 관행처럼 따라붙는다. 그만큼 사학비리가 광범위하고 구조적이라는 의미다. ‘교육’이라는 위장된 가면을 쓰고 저질러지는 사학비리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근절되지 않고 사학재단이 비리 온상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다른 어떤 분야보다 교육계가 필요 이상으로 성역화 된 탓이 클 것이다.
족벌경영으로만 치자면 대기업들을 뺨치고도 남는다. 대부분 국가예산이 지원돼 운영되는 사립학교지만 설립자들의 상당수는 학교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 사로잡혀 법인 자산을 마치 주머니 돈 쓰듯 사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일각에서는 작금에 드러나고 있는 사학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전주지검은 기자재와 교구 구입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교비 수 십 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전주 완산학원 사무국장 정모(52)씨를 지난 13일 구속기소했다. 법인 설립자 김모(74)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완산학원은 완산중과 완산여고를 경영하고 있다. 김씨 등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공사 및 설비업체 등과 계약하면서 공사비 등을 높여 책정한 뒤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공금인 교비 3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이들의 횡령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피고발인인 중학교 교감은 지난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교감은 “김씨가 자신에게 (죄를) 미룬다”는 취지의 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설립자 김씨는 교사 부정 채용 등 다른 범죄 의혹도 받고 있다. 김씨는 중학교 교실을 개조해 옷방과 욕실, 살림살이를 갖춰놓고 수년간 거주하기도 했다. 김씨의 아내는 법인 이사를, 아들은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딸은 학교 실장이다. 이른 바 ‘족벌 사학’의 전형이다.
사학법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사장의 친인척을 해당 중·고교의 교원이나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사학의 족벌 체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지난 13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8년 사립학교 교원·직원 채용현황’에 따르면 사학법인 이사장과 6촌 이내의 친인척 관계에 있는 교원이 재직 중인 전북도내 사립 중·고교는 모두 34곳에 달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는 모두 41명의 이사장 친인척이 교장·교감·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문제는 사학비리가 이처럼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교육계가 지나치게 성역화 되고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니 적발이 어렵고, 알고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번 완산학원 검찰수사도 해당 학교법인이 각종 회계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되고서야 이뤄졌다.
사립학교 운영자금의 태반은 국민 세금이다. 그러니만큼 최소한 회계와 인사 부분에 대한 관리 감독만큼은 철저히 이뤄져야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보니 사학비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사학비리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에 얽혀 낮잠을 자고 있는 사학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