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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있으되 스승은 없는 삭막한 세상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스승의 날을 법정기념일에서 제외하고 대신 ‘교사의 날’을 제정해 달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제안했다. 


중등교사노조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승의 날은 최근 교사들이 폐지 서명운동을 벌일 정도로 교사들에게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운 날이 돼 스승을 공경한다는 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법정기념일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마지못해 행사를 치르는 고욕의 날이 됐다”고 했다. 


이어 “교사들에게는 학부모나 제자가 부담을 져야 하는 스승의 날보다 교사의 전문성과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제정하는 교사의 날이 더 필요하고 반가운 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스승의 날 폐지’와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도 올라왔다. 


스승의 날 폐지 청원에는 전·현직 교사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사들이 아예 스승의 날을 없애 달라는 요청에 호응했겠는가.


매년 스승의 날만 되면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현직 교사들의 요구가 나오곤 한다. 스승의 날에 즈음하면 항상 부담스럽다는 호소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꽃 한 송이까지 법규를 따져야 하는 현실에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스승의 날이라고 하면서도 학생들이 카네이션 한 송이 제대로 달아주지 못하도록 제한한 김영란법도 취지야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기회에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커피 한 잔도 대접해선 안 된다니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국회의원들은 기업체 돈으로 여비서까지 대동해 해외여행을 즐기는 마당인데 말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아예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정해 곤혹스러운 장면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미리 방지하기도 한다. 아무리 교권이 추락했다고는 하지만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졌고, 오히려 상해와 폭행, 모욕 등 교권침해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교권침해는 2010년대 초반까지 200건대에서 지난해에는 501건으로 곱절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절반이나 된다. 많은 교사들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협박,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수업방해, 폭언·욕설, 폭행 등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교권침해와 무관치 않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고 하니 뭔가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됐다.


‘스승의 날’을 ‘교사의 날’로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 교사들이 스승의 날 폐지를 청원하고 공감하는 마당에 교사들의 열정을 기대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세우고 실추된 교사들의 명예를 다시 회복시키는 일은 이제 우리 교육현안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가 됐다. “학생은 있으되 제자는 없고, 선생은 있으되 스승은 없다”라는 말을 우리 모두 아프게 고민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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