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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소음법’ 속히 제정돼야 한다

지난 14일 경기 평택시청에 전국 12개 시·군 단체장이 모였다. 전국의 군 공항과 사격장 등 군사시설이 있는 곳의 자치단체장들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더 이상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임준 군산시장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군 소음법 제정을 위한 지방자치단체협의회’(이하 군지협) 회의를 열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군소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군 비행장 및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지역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 10년간 군 비행장 소음 관련 피해소송은 512건, 소송참여 주민은 175만 명에 이를 만큼 군사 기지 인근 주민들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군산비행장 소송 주민도 6958명에 달한다. 그러나 관련 법 부재로 군 비행장과 군부대 인근 주민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재산적 피해에 대한 보상 및 지원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00여 차례의 소송에서 전부 국가가 패소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군지협은 2015년부터 각 지역구 국회의원과 함께 ‘군 소음법’ 제정을 국회 입법 청원과 중앙부처에 여러 차례 건의 해왔지만 현재까지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군 비행장보다 소음피해가 덜한 민간공항의 경우 ‘공항소음방지법’이 제정·시행돼 각종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존 군 공항 소음피해에 대해 소송을 건 당사자만이 피해에 관한 보상이 성립돼 왔다. 이는 민간공항의 소음피해가 어느 정도 피해에 대한 기준과 정도에 따라 일정한 보상이 지급돼 왔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나라가 아직 휴전상태 국가로서 평시가 아닌 준 전시개념에 속하는 특수한 상황을 적용해 군 공항 소음피해 지역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감수를 강요해온 데 기인한다. 국가안보라는 이유 아래 비행장 인근에 거주하는 수많은 주민들은 일방적인 피해를 당해왔다. 군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경우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상시로 발생하는 전투기 등의 소음으로 인해 청력감퇴, 수면장애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수없이 호소해 왔다. 


1년에 몇 차례 들을까말까 한 비행기 소음에도 신경이 부쩍 예민해지고, 저공비행의 굉음 소리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는데 그런 소음을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들어야 하는 비행장 주변 주민들의 고충이 오죽할까.


군 소음 관련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상정됐지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10건이 장기 계류 중이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재정 확보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들도 내년 5월 29일이면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만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소음에 고통 받고 있는 군사시설 인근 주민들을 보듬어야 한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군 소음법’ 이 하루 속히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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