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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문어발 확장 누구를 위한 ‘상생’인가

이마트가 운영하는 ‘노브랜드(No Brand)’ 전문점은 새로 매장을 오픈할 때마다 온 동네가 시끄럽다. 지역상인들이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에는 이마트가 노브랜드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맹사업의 경우 상생법 적용을 받지 않아 사업조정을 피해갈 수 있어서다. 거대한 유통공룡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나 깨나 하루도 맘 편할 날 없는 게 골목상권이다.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대기업 유통공룡들. 


이들 유통공룡들의 상권 잠식을 막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 마냥 처절한 투쟁을 벌이는 골목상권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또 하나의 유통공룡이 전주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어 지역상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 삼천·송천점이 지난달 16일 가맹점 개설 신고를 마치고 오는 23일 문을 열기 때문이다. 당초 이마트는 전주지역 3곳에 노브랜드 직영점을 개점하려 했으나 지역 상인과의 사업조정 협상이 결렬되자 가맹점 형식으로 바꿔 개점하려 하고 있다.


전북소상공인대표자협의회 등 32개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노브랜드 전주 송천·삼천점 개점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상인들은 이마트 계획대로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면 주변 상점이 폐업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며 지난 20일 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묵인·방조하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의 무능함에 지역 소상공인은 고사 직전”이라며 “전북도와 전주시는 영세상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마트 노브랜드 개점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가맹점 출점 시 지역의 자영업자들에 대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 상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어떠한 협의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대기업이 가맹점 출점 시 전체 개점비용 중 51% 이상을 부담했을 때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대상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런 조항을 교묘히 피해 가기 위해 본사의 비용 부담을 51% 이하로 낮추는 가맹사업 형태로 노브랜드를 골목상권에 편법 출점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 상인들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노브랜드 가맹점의 출점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기부는 올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예산을 작년 대비 43% 증액시킨 5370억원을 편성했다. 추경에서도 소상공인 지원에 2,825억원을 배정해 골목상권, 지역 중소상인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지원책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 고사 직전에 있는 나무에 물 몇 방울 뿌려준다고 죽어가는 나무가 온전하게 살아날 수 있겠는가. 


대기업의 편법적인 골목상권 침범을 막기 위해서는 사업조정제도 적용 대상에 관한 기준 등 제도 보완이 선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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